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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기약한 날 우린 없는데, 지나간 날 그리워하네
Hwanghyunsoo

 

 <싱어게인2>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다. ‘한번 더’ 기회가 필요한 가수들이 대중들 앞에 다시 설 수 있도록 돕는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 장이라도 음반을 발표해야 참가 자격이 있다. 무명가수지만, 모두들 실력도 좋고 열정이 넘친다. 심사위원들에게 조금이라도 잘 보이고 싶어, 찰랑찰랑한 모습으로 노래 불러 시청자들도 마치 심사하듯보게 만든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20~30대지만, 3~4번의 예선 기회를 거치기에 다양한 노래를 부르게 된다. 그러다 보니 나 같은 노땅들을 위한 1970~80년대의 노래들도 가끔 들을 수 있다. 몇 주전에는 <미련>이라는 노래를 한 참가자가 불렀다. 아내와 함께 TV를 보다가, “여보, 저렇게 좋은 노래가 70년대에 있었네.” 아내가 “그때 좋은 노래가 많았어. 장현이라는 대마초 가수는 지금 무얼 하고 있지? 미국으로 갔다고 들었는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여러 장면과 기억들이 겹쳐져 그때의 그 시간 속으로 빠져 들어 버렸다. 노래는 신기하게 ‘순간 이동’ 하는 마술을 가졌다.

 오랫동안 못 들었던 노래가 이렇게 친숙하게 들리지? 이 노래를 요즈음 어디선가 들어 본 것 같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아, 그 다큐멘터리 같은 독립영화에서 들었다. 그런데 그 영화 제목이 기억 안난다. ‘아빠와 함께 어린 남매가 할아버지 집에서 여름방학 동안 지내는 이야기였는데…’

 컴퓨터 마우스를 한참을 눌러대다가, 영화 제목이 <남매의 여름밤>이라는 것을 알았다. 가난한 한 가족의 이야기다. 옥주의 가족은 아빠와 남동생뿐이다. 엄마는 가정 불화로 따로 살고 있고, 할아버지는 몸이 불편한데 혼자 외로이 살고 있었다. 생활이 어려워지자, 아빠는 남매를 데리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간다.

 아빠와 할아버지는 서로 살가운 사이가 아니지만, 아빠가“여기서 살아도 괜찮아요?”라고한 뒤,슬그머니 얹혀 산다. 그런데 얼마 후, 고모가 집을 찾아온다. 하루 밤을 와서 자더니 아예 짐을 싸 들고 와버린다. 고모도 남편과 사이가 나빴다. 그렇게 4명이 할아버지 집에 빌붙어 지낸다.

 그러다가 할아버지가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게 된다. 방학 때야 돌아가며 봐준다고 해도 그 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문제였다. 가족회의 끝에 할아버지를 요양원에 보내기로 한다. 그리고 고모는 할아버지의 집을 팔자고 한다. “오빠, 이 집 오빠 것 아닌 거 알지?” 고모는 오빠가 다 상속받기 전에 팔아서 자기 몫을 챙기고 싶었다. 옥주는 ‘빌붙어 사는 주제’에 아빠와 고모의 대화가 영 맘에 안 들었다.

 시간이 흘러 결국 할아버지는 세상을 떠난다. 할아버지의 장례에 남매의 엄마가 찾아오지만, 옥주는 엄마가 반갑지 않다. 가족들은 집으로 돌아와 할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끼며 눈물을 흘린다. 얼마 같이 살지도 않았지만, 허전함과 상실감이 가슴을 짓누른다.

 영화는 특별하고 독특한 이야기가 아닌, 한 평범한 일상 이야기를 담고 있다. 오래된 2층 양옥집, 모기장, 재봉틀, 전축 등의 소품들이 자연스레 과거의 기억들을 환기시킨다. 다큐멘터리 같은 잔잔한 스토리에 여름날의 노을, 습기, 베란다의 빨래, 낡은 결혼사진 등이 어울려 가슴을 헤집어 놓는다.

 어느 가족이나 큰 문제없이 지내는 것 같으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마음 한 편의 불편한 감정을 쌓기도 하고 풀기도 한다. 가족이란 서로 갈등하고 싸우다 가도 큰일이 벌어지면 하나가 되기도 한다. 아무것도 아닌 평범한 가족 이야기를 기록이 아닌, 예술로 만든 연출이 돋보인 작품이다.

<남매의 여름밤>의 오프닝 장면, 옥주 가족이 짐을 싸서 아빠의 미니 승합차를 타고 할아버지의 집으로 향하는 장면에 임아영이 부른 <미련>이 울려 퍼진다. 감독은 영화 속에서 음악을 최대한 인위적으로 삽입하지 않기 위해 자동차 라디오나 집에 있는 전축 등을 통해 나오게 연출을 했다. 옥주는 할아버지와 장현의

<미련>을 함께 들으며 감정을 주고받고 할아버지의 존재를 느낀다. 그리고 옥주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장면에는 김추자가 부른 <미련>이 깔린다.

내 마음이 가는 그곳에/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갈 수 없는 먼 곳이기에/ 그리움만 더하는 사람/ 코스모스 길을 따라서/ 끝이 없이 생각할 때에/ 보고 싶어 가고 싶어서/ 슬퍼지는 내 마음이여

미련 없이 잊으려 해도/ 너무나도 그리운 사람/ 가을 하늘 드높은 곳에/ 내 사연을 전해 볼까나/ 기약한 날 우린 없는데/ 지나간 날 그리워하네/ 먼 훗날에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다정하리

 <미련>은 신중현이 작사 작곡한 노래다. 1972년에 장현이 불러 알려지지만, 1970년에 임아영이라는 가수가 벌써 불러 앨범에 수록되었다. 이후 1975년에 김추자도 이 곡을 불러 자신의 앨범에 올린다. <미련>을 처음 부른 임아영은 신중현이 아끼던 재능 있는 신인 가수였다. 배우 유인촌의 형인 유길촌(MBC 피디)의 부인으로 결혼 후, 미련 없이 가요계를 떠난다. <남매의 여름밤>에는 임아영, 장현, 김추자 이렇게 세 가수가 부른<미련>을 들을 수 있다.

 장현은 신중현 사단으로 중저음 보컬의 매력이 돋보이는 가수다. 신중현의 현란한 록과는 사뭇 다른 느린 박자의 곡들을 담백하게 불러 듣는 사람을 몰입하게 해 인기가 많았다. 1945년생인 그는 고3 때 부친이 돌아 가시자, 일찌감치 가수의 길로 들어선다. 대전과 대구의 나이트클럽에서 노래 부르다가 신중현의 눈에 띄어 1970년에 데뷔한다.

 히트곡 행진을 이어가다가 1975년, ‘대마초 파동’으로 가수 활동을 접고 사업가로 변신한다. 1994년 위암 4기 판정을 받고 수술을 위해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기적처럼 병세가 호전돼 2007년에 다시 돌아온다. 그러나 거의 나았다는 암은 폐로 전이되어 결국 폐암으로 2008년 세상을 떠난다.

<미련>의 마지막 가사다. “기약한 날 우린 없는데 지나간 날 그리워하네 먼 훗날에 돌아온다면 변함없이 다정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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