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의 남북통일은 반드시 이뤄야만 할 과제이자 숙명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통일이 되면 남북한이 하나로 어우러져 멋진 세상을 맞이할 것인 양 상상한다. 북한 주민의 마음도 못 얻고 북한 체제의 정확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한 채 통일이 가능할 걸로 생각하는 수준에서 우리는 통일을 얘기하고 통일 한반도의 장밋빛 미래를 꿈꿔왔다.
통일 얘기만 하면 북한의 노동력과 천연자원, 우리의 자본과 기술을 합치면 멋있는 조합을 이룬다는 허망한 융합을 지식인들을 포함한 일반 국민들의 수준에서 곧잘 내세웠다. 동질성을 회복하기 위해 무엇을 기준으로 하는지도 검토하지 않고 당연히 우리의 기준이 동질성 회복의 잣대라는, 다분히 우리 중심적 통일 상황을 전제해왔다.
통일 공감대 형성도 북한을 알아야 가능하다. 북한의 실상을 전제로 하지 않은 채 펼치는 통일 논의는 한마디로 공허 그 자체다.
북핵의 목적은 적화통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북핵 앞에 ‘발가벗고 서 있는 꼴’이다. 지금까지의 대북 정책으로는 북핵을 포기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 결과 비상한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안 될 위기에 처해 있다.
김정은의 핵개발 노력은 핵전략 이론의 진수를 그대로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 핵전략 이론은 어떻게 하면 전쟁을 회피 혹은 억제할 수 있느냐의 문제에 집중한다.
핵무기는 실제로 쓰는 데서 효용을 찾기보다 보유한다는 사실 자체에서 효용성을 찾는다. 핵폭탄을 쓰겠다고 협박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을 무릎 꿇게 하는 것이 핵무기다. 우리는 지난 역사를 통해서 알고 있다. 2차 대전 중 일본이 미국에 도전하다 항복한 것을 그 좋은 예로 들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이 체제 유지를 위해서 핵을 만든다고 말한다. 이것은 틀린 말이다.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면 먹을 수도, 입을 수도 없는, 핵폭탄이 아니라 빵과 옷을 만들어야 했다. 북한의 꿈은 통일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을 건설하는 것이다.
북한은 결국 미국까지 날아갈 수 있는 핵미사일을 보유하지 않는 한, 한국과 단독으로 통일의 한판 싸움을 벌일 수 없다고 생각했다. 미국이 자국 본토로 날아올 북한 핵미사일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되는 날 북한은 사실상 한국과 통일을 위한 결전을 벌일 수 있게 된다는 망상에 사로잡혀 있다.
북한의 핵전략은 결단의 순간이 왔을 때 미국의 한반도 개입을 차단하고, ‘아무리 나쁜 평화라도 전쟁보다는 낫다’고 믿는 사람이 유난히 많은 한국을 전쟁도 하지 않은 채 접수하겠다는 속셈이다. 김정일이 이미 수십 년 전에 했던 말이다.
지난 7월4일 북한은 신형 ICBM 대륙간탄도미사일 ‘화성 14형’ 시험발사에 성공했다며 발사 영상을 TV방송에 공개했다. 올해 북한은 모두 10차례 미사일 발사 실험을 했다. 이처럼 핵과 미사일에 집착하는 북한 정권의 무모한 도발은 유엔 안보리 결의에 대한 명백한 위반이자 북한 비핵화를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일치된 요구를 철저히 무시한 행태이다.
이제 북핵 상황은 핵개발을 하는 북한이 아니라 그들이 끊임없이 주장해 온 것과 같이 이미 핵 보유국가 북한이 되어 있다. 따라서 협상을 통해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결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대한민국에는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외교안보 사안을 해결해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북핵 위기와 남북관계 파탄이라는 비정상을 한반도 평화와 통일이라는 정상 상태로 돌려놓기는 우리들의 욕심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 북핵 해결과 군사적 긴장 완화라는 정책 목표를 거부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이제 우리에게 남은 대안이 별로 없다.
김정은이 핵 망나니로 판명된 이상, 이스라엘식 북핵 제거작전, 김정은 정권 교체, 미국 전술핵 재반입, 마지막 수단인 핵무장 등을 심각히 고려할 때가 되었다. 대한민국이 북한의 핵에 농락당하며 살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20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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