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리브해의 보석, 쿠바
카리브해에 떠 있는 붉은 섬이라는 별명을 가진 쿠바는 에스파냐와 아프리카의 영향을 받은 문화를 가진 나라이다. 체 게바라가 참여한 쿠바 혁명으로 공산주의 국가가 된 쿠바의 정치 체제는 사회주의 공화국이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유일한 공산주의 국가이다. 인구 약 1200만을 가진 쿠바는 카리브 해 북쪽에 있으며 주변으로 카리브 해, 멕시코 만, 대서양에 둘러싸여 있다. 북쪽으로는 미합중국 플로리다 주와 바하마, 동쪽으로는 터크스 케이커스 제도와 아이티, 서쪽에는 멕시코의 유카탄 반도, 남쪽으로는 케이맨 제도와 자메이카에 이웃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쿠바는 53년간의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국교정상화를 선언했다. 미사일 위기 등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양국이 냉전의 유산을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역사를 열어가게 됐다. 미국은 1959년 1월 피델 카스트로가 혁명을 통해 사회주의 정부를 수립하고 쿠바 내 미국의 자산을 몰수하자 1961년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경제봉쇄에 돌입했다. 그 이후 미국과 소련 간 쿠바미사일 사태와 난민문제 등 숱한 대립과 갈등이 반세기 이상 지속돼 왔음에 비춰 양국의 국교정상화는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
6년 만에 다시 찾아가는 필자의 눈에 비친 쿠바는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가 최대의 관심거리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쿠바까지는 2300km, 미국 플로리다 남단에서 쿠바 해안까지는 100km 남짓에 불과하다. 국교정상화 추진에 따라 경제규모나 물리적인 거리로 보나 앞으로 미국과 쿠바의 관계는 미국의 모든 산업진출과 특히 관광산업의 대단한 활성화를 보게 될 것이다.
토론토를 출발 4시간 만에 쿠바의 바라데로(Varadero) 공항에 내렸을 때는 더운 여름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바다가 있는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고 해풍에 섞여 있는 정도의 소금기가 몸을 감아온다. 하늘에서 내려다보이던 휘황찬란하던 바라데로의 불빛이 어둠 속으로 까마득하게 사라져 버리자 밤바다를 뒤덮은 어둠은 더욱 짙어지고 하늘 가득한 별들만 더욱 맑게 반짝이고 있었다. 무한정으로 크고 넓은 하늘에 처지도록 매달린 별들이 곧 쏟아져 내릴 것만 같았다.
공항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군인들은 공산주의 국가의 선입견에 겹쳐 딱딱하고 불친절하였으나 일반 시민들은 친절하고 순박해 보였다. 그들은 현실에 만족하고 살고 있는 듯 보였다. 쿠바에서 하나밖에 없는 골프장이 있는 바라데로는 쿠바정부가 적극적으로 관광도시로 육성하고 있는 작은 도시다. 첫 날 아침부터 가장 시선을 끄는 것은 옛날 영화에나 나올법한 낡은 차들만 돌아다니는 거리의 오래된 자동차들이었다. 도로에는 낡은 자동차들과 오토바이, 자전거, 마차, 보행자들이 함께 어울려 다녀도 질서있게 서로 양보하는 그들은 행복하고 순박해 보였다.
미국의 지배를 받을 당시 미국산 자동차들이 많았다가 미국과 국교가 단절되면서 차를 수입할 재력이 없기 때문에 기존의 차를 수리해서 계속 쓰기 때문이다. 거리는 온통 멋지게 페인트칠된 옛날 차들이 다니기 때문에 이것 또한 관광객의 눈을 쏠쏠하게 즐겁게 하는 요소인 것 같다.
거리나 해변에는 키가 큰 로랼 파암(Royal palm) 야자수 나무가 마치 귀부인의 미끈한 다리처럼 허옇게 쭉 일직선으로 아름답게 늘어서 있다. 어디를 보나 유난히 색깔 짙은 열대의 꽃들이 아침햇살을 받으며 활짝 피어 있었다. 향기도 짙고 아름답기도 한 꽃들이 늘 피는 것은 좋지만 4계절에 익숙한 필자에게는 사시장철 여름뿐인 이 땅이 지겹고 지루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다는 미지의 세계를 향해 열려 있지만 그 바다를 바라보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은 폐쇄적이어서, 흔히 바닷가 사람들은 단순하고 시야가 좁다고 한다.
리조트 지역을 벗어나면 건물과 주택들은 오래도록 수리 없이 방치돼 있고 낙후된 상태이며 아직 빈곤 상태를 볼 수 있다. 특히 길거리에서 구걸하는 모습은 사회주의 국가의 숨겨진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6년 전이나 지금의 그들의 생활은 별로 변한 것이 없는 것 같다. 미국과 국교정상화가 발표된 지금은 어느 곳을 가나 쿠바사람들은 미국의 경제봉쇄 해제를 반기며 환호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혜택은 아직 보이지 않고 있다.
이제 개혁과 개방, 화해의 큰 흐름 속에서 빈곤 속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은 생존과 발전의 기회를 잡아야 할 것이다. 혁명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캐나다의 쿠바 진출 기업들은 광산, 에너지, 농산,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투자해 왔다. 하지만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는 것이 국가 간의 관계라는 것이 역사를 통해 증명되어 왔다.
미국과 쿠바의 국교정상화가 완전히 이루어지면 앞으로 전개될 자유화와 민주화의 물결이 사회주의 국가에 미치는 그 변화가 얼마나 크고 빠르게 찾아올 것인가가 관심거리다.
리조트 안에서는 일반 현지인들의 출입은 통제하고 있으며 세계 각처에서 몰려온 피서객들로 붐비고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평화스럽게 해수욕과 태양욕을 즐기고 있다. 대서양을 건너온 독일에서 온 여행자들이 특히 많이 보였다.
바닷가에는 수많은 인파들이 모여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즐기고 있다. 부드러운 듯 묵직한 몸놀림으로 밀려든 파도는 모래톱을 타오르며 부서져 밀려나고 다시 밀려들고는 했다. 그 쉼없는 몸짓은 무슨 애절한 하소연을 하는 것도 같고, 말로 안 되는 어떤 안타까운 몸부림 같기도 했다. 그 물 머금은 모래톱과 파도 끝을 밟으며 나란히 걷는 남녀들이 있었다. 카리브 해의 섬에 노을이 바다를 물들이고 있다. 여러가지 색조의 푸른 바다가 붉게 물들고 있었다. 바다를 온통 붉게 물들인 낙조는 하늘의 노을보다도 한층 황홀한 빛의 잔치였다.
파도 끝에서 피어나는 하얀 물거품은 붉은 물이 들고, 언제나 변함없이 푸른 잎을 달고 있는 야자나무들의 키 큰 모습들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다른 계절로 바뀔 줄 모르는 여름이 지겨웠듯 어쩌면 그 노을 지는 모습도 지겨웠는지도 모르겠다. Bella Costa 앞바다에 낙조가 지면서 어두움이 깔려지고 있었다.
<저작권자(c) Budongsancanada.com 부동산캐나다 한인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