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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nghokim
태평양 연안도로를 따라 LA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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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연안도로를 따라 LA로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한 태평양 연안도로 1번(Pacific Coast Highway)은 바다의 절경을 맛볼 수 있는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로 중의 하나다. 미국의 3대 드라이빙 코스 중에서도 첫손에 꼽히는 곳이다. 산과 바다가 어우러진 천혜의 절경을 만끽할 수 있는 태평양 연안도로를 따라 멀리 보이는 작은 섬들의 행렬, 숲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에 유유히 흘러가는 뭉게구름을 보노라면 덧없이 가버린 세월의 무상함이 추억 속에 아스라이 묻어난다.


 산타마리아(Santa Maria)가 가까워 오니 차가운 바다바람과 더운 육지바람이 만나 만들어 내는 안개로 해안계곡과 육지가 짙은 안개로 덮여온다. 안개 사이로 멀리 도시가 해안선을 따라 흐릿하게 보인다. 우리 일행은 이곳에서 점심 식사를 했다. 산타마리아에서 30분 정도 남쪽으로 내려가면 덴마크의 전통마을로 꾸민 솔뱅(Solvang)이 이번 미 서부여행의 마지막 코스이다. 


 인구 5300명의 덴마크인들이 모여 사는 솔뱅으로 가는 길에는 포도농장, 타조농장, 젖소농장, 그리고 채소밭들의 연속이었다. 도시 입구에 들어서면 덴마크를 상징하는 인어공주 동상이 그려진 마을 표시판과 동화작가 안데르센의 동상이 여행자들을 환영한다.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인어공주, 빨간구두 등 우리가 잘 아는 덴마크를 빛낸 동화작가다. 자랑스럽게 그의 동상을 세워 여행자들을 불러들이고 여행상품으로 한몫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솔뱅은 작은 마을이라 걸어서 10분 거리에 모든 것이 모여 있는 것 같다. 이 미국 속의 덴마크는 1911년에 만들어졌는데 시내 중심가의 코펜하겐 길을 따라서 모든 볼거리가 모여 있다. 다양한 상점과 기념품가게들 사이에는 옆 마을 산타이네즈(Santa Ynez)에서 생산된 포도주들의 맛을 볼 수 있는 와인 숍과 시음 장소들도 많이 발견할 수 있다. 시골 같은 아기자기한 느낌의 솔뱅에서는 유럽의 정취를 물씬 느낄 수 있는데 때로는 덴마크보다 더욱 덴마크 같은 곳이라는 평을 듣는다고 한다.


 솔뱅은 ‘태양 볕이 드는 전원’이라는 뜻으로 캘리포니아 해안 중심에 위치하고 있는 조그마한 시골 같은 도시이다. 1911년 덴마크 스타일의 교육을 원하던 덴마크 교육자들이 학교를 건설하면서 생겨난 곳으로 그 후 계속해서 중서부 지역과 덴마크에서 농민, 교육자, 목수, 상인, 예술가 등의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현재의 솔뱅을 만들었다. 그들은 산타인네즈 산맥과 샌 라파엘( San Rafael) 산맥 사이에 위치한 이곳을 이주민들의 자녀를 교육시킬 이상적인 장소로 생각했고, 동시에 비옥한 땅과 기후조건으로 인해 정착민들의 농산물 재배를 통해 충분히 안정된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결국 덴마크 이주민들의 정착지로 결정이 내려졌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덴마크 마을, 솔뱅은 여전히 그 아름다움과 정겨움을 간직한 채 세계 여러 나라에서 관광객들을 불러들이고 있다. 연중 맑은 하늘과 온화한 기후를 가지고 있는 이곳은 아름다운 전원풍의 도시로서 덴마크의 전통과 유산을 지키며 미국속의 덴마크로서 자리 잡고 있다. 


 우리도 후대들을 생각해 덴마크인들처럼 어느 작은 동네에 한국마을을 지어 유지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달래며 솔뱅을 떠나왔다.


 태평양 연안을 따라 이어지는 수백 킬로나 되는 백사장과 도시들은 끝이 없어 보인다. 늦은 여름의 푸른 하늘은 하늘보다 더 파란색의 바다 물결들과 만나 한 폭의 그림을 이루고 있다. 파도가 밀려오는 바닷가는 언제 다가가도 마치 나 혼자 그 곳을 찾아온 듯, 작은 벽을 양쪽에 만들어 주는 듯 하고, 나는 쉽게 그 옛날의 추억 속으로 돌아가 사색의 길로 들어간다. 이럴때면 어김없이 갑자기 먼 바다위에 세월들이 필름처럼 하나씩 파도 위로 밀려오며 넘실대는 것을 보며 눈가가 뜨거워진다.


 우리는 자신의 꿈과 희망과 미래와 접속하는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여행을 떠나지만, 여행하다 보면 아름다운 장면뿐 아니라 힘겨운 삶의 모습들,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 아픈 장면들을 많이 목격하게 된다. 이번 미 서부 캘리포니아 여행은 사랑하는 자신과 길을 함께 동행했던 이들에게까지 더불어 행복한 시간과 우리 삶의 온도를 바꾸는 여행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그 고장 명소나 이국 풍경을 관광하는 즐거움도 있지만 낯선 사람들과의 만남에서 얻어지는 훈훈한 여운은 다녀온 곳이 다시 찾고 싶어지는 그리움을 일게 한다. 마치 그곳이 고향인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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