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레아와 라헬의 동의를 얻은 야곱은 처자들과 거기서 얻은 모든 재산과 가축 떼를 이끌고 그가 태어난 곳으로 돌아가기로 결단했다. 이때 야곱은 그를 붙잡아 두려는 라반을 어떻게 설득해야 할까를 하나님께 물었어야 했다. 하나님은 20년 전 벧엘에서 그에게 무사히 고향으로 돌아가게 해주겠다고 하셨을 뿐만 아니라 이제 때가 왔으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곱은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는 말 한마디 없이 라반이 양털을 깎으려고 나간 틈을 타서 몰래 그 곳을 떠난다. 벧엘에서 하나님을 만난 체험을 하고도 아버지와 형을 속여 장자권을 얻을 때와 같은 인간 야곱의 모습을 보여준 것이다.
야곱이 떠나고 사흘 후에 그 사실을 알게 된 라반은 서둘러 친척들을 불러 모아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라반이 야곱을 따라 잡은 지점은 하란에서 560키로 떨어진 길르앗 산이었다.
처자들과 많은 가축 떼를 거느렸지만 야곱은 하루에 50내지 60키로를 행군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야곱 일행이 그처럼 빠른 속도로 광야를 걸었다는 것은 그가 필연적으로 있을 라반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필사의 노력을 경주했음을 말해준다.
라반과 야곱이 만나기 전날 밤 하나님은 꿈에 라반에게 나타나 야곱을 해치지 말라고 말씀하신다. 하나님의 경고를 받은 라반은 야곱을 만나 그를 속이고 도망한 야곱을 가볍게 책망하면서 고향으로 가겠다고 했으면 큰 잔치를 베풀고 기쁘게 보내주었을 것이란 말까지 한다.
그러나 그 말이 그의 본심이었다고 보기는 힘들다. 비록 라반이 야곱을 해치지는 않았지만 야곱이 그가 고향으로 돌아갈 계획을 말했다면 라반은 결코 순순히 야곱을 떠나도록 허락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라반이 자기를 배반한 야곱을 관대하게 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하나님께서 야곱을 해치지 말라고 말씀하셨기 때문이었다. 라반은 그 사실을 솔직하게 밝힌다. 그리고는 어째서 그가 소중히 여기는 가정 신 드라빔을 훔쳤느냐고 윽박지른다.
라반이 말하는 드라빔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관해서는 기록된 것이 없다. 하지만 그것이 라반에게는 상당히 중요한 것이었음은 분명하다. 그러기에 라헬은 그것을 몰래 집어왔고, 라반은 그것을 야곱이 훔쳤다고 단정하고 그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야곱은 그가 떠난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라반이 허락하지도 않았을 것이고, 오히려 레아와 라헬을 빼앗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고 실토한다. 나중 일이기는 하지만 사울 왕은 다윗을 그의 정적으로 간주하며 다윗의 아내인 그의 딸 미갈을 빼앗아 다른 사람에게 준 기록이 있다(삼상 25:44).
야곱은 라반의 드라빔에 대하여는 아는 바 없음을 강력히 주장하여, 그의 일행 중에 그것을 가진 사람이 발견되면 죽여도 좋다고 맞섰다. 그는 라헬이 드라빔을 훔친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라반은 야곱의 천막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드라빔을 찾지 못한다. 라헬이 그것을 그녀의 낙타 안장 밑에 숨기고 그 위에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라반이 드라빔을 찾지 못하자 야곱은 라반에게 20년 간 그를 위하여 온갖 고난을 감수하며 충실하게 일한 자기를 박대하며 마땅히 지불해야 할 품삯까지 제대로 주지 않은 것에 불만을 토로한다.
그리고는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를 쫓아 와서 자기는 알지도 못하는 드라빔을 내놓으라고 위협하지만 하나님께서는 라반이 그를 부당하고 가혹하게 대한 사실을 알고 계셨기에 자기를 보호해 주셨고, 외삼촌에게 자기를 해하지 말라고 경고하신 것이라 말한다.
사실 라반은 야곱이 자기 밑에서 20년 간 온갖 곤경을 치르면서 열한 명이나 되는 자녀를 생산하고 큰 부를 이룰 수 있었던 것은 하나님이 그와 함께 하시기 때문임을 모르고 있었다.
라반과 야곱은 돌을 모아 기념비를 세우고 그때까지 있었던 모든 일들은 잊어버리고 앞으로 서로 존중하며, 피차 그 기념비를 넘어 상대의 지경을 침범하지 않기로 합의한다.
이 평화협정을 맺으면서 라반은 야곱에게 레아와 라헬 외에 다른 여인들을 아내로 삼지 말라고 당부한다. 이기주의자이며, 기회주의주의자요, 속임수의 달인인 라반에게서 딸들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라반과 야곱은 아브라함의 하나님이 그들이 맺은 언약의 증인이심을 확인한 후 함께 먹고 마시며 밤을 지낸 후 이튿날 아침 라반은 딸들과 손자들에게 입 맞추며 축복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라반이 야곱을 쫓아온 것은 그를 데리고 가서 자기 밑에서 일하게 할 목적이었음에 틀림없다. 그러나 그의 생각과는 달리 합동하여 선을 이루시는 하나님의 직접적인 간섭으로 라반과 야곱은 아름다운 생의 이별을 한 후 각자의 길을 가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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