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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섭게 성장하는 중국기업들
choo
2005-10-30
“중국 경제를 이끄는 대표기업은 뭡니까?” “글쎄~, 잘 모르겠습니다.”
한국에는 삼성이 있고, 미국에는 MS(마이크로소프트)가 있는데, 중국에는 뭐가 있나?
한국 사람들에게 중국은 베일에 싸인 나라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급성장하고 있다는 사실은 피상적으로 잘 알고 있지만 코끼리 몸통 더듬기에 불과하다.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2010년 엑스포 등 대규모 국제행사를 통해 경제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인다. 세계인들에게 중국은 빗장 풀린 거대시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 가서 사업이나 해볼까 하고 단순히 나섰다간 큰 코 다친다. 중국 시장으로 가는 문턱은 낮아도 중국 시장에서 성공하기는 만만찮다. 더욱이 인도와 중국이 손을 잡고 “세계경제를 우리가 움직일 것”이라고 털어놓은 마당에 중국경제의 실상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막연히 중국으로 향하는 것은 실패의 지름길이다.
2005년 6월까지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약 1만4000여 개로, 120억 달러를 투자했지만 지금 남아있는 기업은 3300여 개로 약 3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 최초의 개방도시에는 한국 제조업체 4000여 개가 몰려 있으나 최근 짐을 싸는 업체가 줄을 잇고 있다.
중국의 일류기업은 수없이 많다.
현지 일류기업 방문…성장원동력·경쟁력 파악
삼성이 우리 정부와 내홍을 치를 때 13억 중국시장에는 가전업체 ‘하이얼’이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100대 브랜드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 2004년 12월에는 IBM PC부문을 중국 최대 컴퓨터 제조업체 ‘랜샹’이 인수했다. 또 쌍용자동차 인수로 이름을 알린 ‘상하이치처’는 지금 이탈리아와 독일의 자동차디자인연구소의 매입을 검토중이다.
해외통신시장에서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는 통신설비업체 ‘화워이’를 비롯해 이미 한국을 추월한 중국 소프트웨어산업에 ‘화워이찌쑤’와 ‘둥롼그룹’이 있다. 이동통신 분야에서도 매출규모와 자산규모 등이 한국의 SK텔레콤, LG텔레콤, KT프리텔을 능가하는 ‘중궈땐씬’과 ‘중궈이뚱퉁신’이 있다.
특히 자동차업계의 저돌적인 돌진은 한국 자동차업체들에게 비상을 걸었다. 중국 3대 자동차 그룹 ‘상하이치처’, ‘중궈띠이치처’, ‘뚱펑치처’의 도약은 무서움이란 표현이 적합할 정도다.
지난해 말 문제가 된 한국형 중국차 ‘짝퉁 마티즈(QQ)’는 한국 자동차업체에서 연구개발을 담당하던 이들이 중국 자동차업체에 스카우트되면서 한국 자동차기술이 중국에 유출되는 형태여서 한국에겐 커다란 위험인자로 부각되고 있다.
GM의 중국법인인 상하이 GM은 지난해 12월 QQ를 생산하는 중국의 체리자동차를 지적재산권 위반으로 고소까지 했다.
한국의 자존심이자 세계 제철업계의 지존이던 포스코도 중국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상하이보우깡’이 포스코의 매출을 따라잡아버렸다.
선박과 석유화학공업도 중국의 위력 앞에서는 나약한 존재이다. ‘중궈찬버꿍애’와 ‘중궈찬버쭝꿍애’는 규모는 작아도 넘치는 인력으로 중국 선박대표기업으로 부상했다. ‘따화’와 ‘난펑화꿍’은 중국을 세계 석유화학공업 생산대국으로 올려놨다. 또한 ‘중궈스유화꿍’과 ‘중궈스유탠란캄는 SK나 에스오일에 비해 덩치도 클 뿐 아니라 종업원당 이윤규모도 좋은 업체들이다.
이들 중국기업들은 가능성과 잠재적 역량은 물론 현재 기업경쟁력 자체도 한국기업을 앞서고 있다. 중국이 한국을 앞지를 것이란 우려가 벌써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기업이 제자리걸음을 할 동안 중국기업이 급성장한 원동력은 무엇일까.
중국 기업의 든든한 백그라운드는 세계 최대 외환보유고라는 막강한 현금동원 능력과 중국정부의 경제정책이다.
2005년 6월말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7110억 달러이다. 세계최대 외환보유국인 일본(8435억 달러)에 근접할 만큼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영국계 은행 스탠더드차타드는 2006년이면 중국은 1조 달러를 돌파하면서 세계 최대 외환보유국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직접 나서서 해외기업 인수를 독려하는 것도 큰 힘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기업들의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외화보유액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 2002년 10월 외화반출 기준을 완화했다.
최근에는 기업의 연간 해외투자 총액을 기존 30억 달러에서 50억 달러로 확대하고, 단일 해외투자 프로젝트 한도를 기존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로 늘렸다.
국내 기업에 미칠 영향·향후 관계 객관적 분석
여기에 힘입어 중국 기업들은 지난 5년간 해외기업의 인수·합병이나 현지법인 신설에 80억 달러를 쏟아부었고, 세계 각국에 2300여 개의 중국계 법인을 만들었다. 지난 한햇동안만 무려 829개의 해외법인을 세웠다.
책을 쓴 한국경제연구원 박승록 선임연구위원은 “거의 전 산업에 걸쳐 저임금을 바탕으로 한 중국기업의 생산물들은 세계시장에서 한국제품을 일거에 몰아내고 있다”며 “중국 기업의 경쟁력 분석을 통해 앞으로 한국기업과의 경쟁관계가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려 노력했다”고 적고 있다. 456쪽. 1만6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