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오네트

춤을 춘다
혼이 없는 얼굴이 움직인다
기쁜 음악에도 그 표정
슬픈 음악에도 그 표정
숨 가쁜 상황에도 무표정한 얼굴들이
동공이 풀린 채 빠른 동작으로 요란하게 움직인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지 못한 듯
눈 하나 껌뻑이지 못하는 저 표정이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함은
행복을 모른 채 죽은 한스러움 때문일까
아님
삶과 죽음의 의미를 초월한 무덤덤의 결과일까

허수아비같은 군상들이 오늘도 움직인다
바쁘게 움직이지만
의미를 모르기에 남는 것도 없는 인생살이

돈을 벌기에 바쁘고
욕심을 채우기에 분주하고
자기 자랑에 동분서주하지만
살아야하는 이유에 대한 해답을 모르는
저 무표정한 군상들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알 수 없는 거대한 힘에 조종당하여
꼭두각시처럼 손발을 놀리며 지나가는 시간들

악마의 손에 조종되면 악마가 되고
천사의 손에 이끌리면 천사가 되는
노예인간들이 만들어가는 슬픈 역사

그 속에 섞여
오늘 나도 무표정한 얼굴로 춤을 추고 있다

- 체코 프라하에서 인형극 '돈지오반니'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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