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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새싹들을 위하여 

 

 

 

올 듯 오지 않던 긴 동면의 기다림에도
신의 언약을 일시에 폭죽 터트리려는 듯
전령사의 팡파레 속에 숨 죽였던 생명들이 
총 집결하여 온통 대지를 뚫고 몰려온다.
대지모의 숨결처럼 평화롭게 
실오라기 연둣빛 새싹들이 나란히 나란히 
개미 떼처럼 일제히 땅 속 터널을 뚫고 행군한다.

 

슬쩍 닿기만 해도 
이내 온몸이 부러질 것만 같지만
무너질 수 없는 신의 숨결 군단들이
푸른 대지모의 숨겨진 불꽃들이 
때를 맞이하여 올곧은 집념 하나로 
별빛의 환호성 속에 이 땅으로 환생하고 있다. 
식물신 아티스의 대지를 수호하는 
불타는 응시 속에 새생명들은 일제히 전진한다.

 

긴 겨울 동안 북풍은 먼길을 따라다니며 
“너는 죽으리라. 너는 생존율 제로란다.” 
교활하게 속삭였지만 대지의 자궁 속에 
고요히 잉태해 있던 새싹들이 번쩍 눈을 뜨고 
모든 생명력들이 한껏 폭발한다.
봄꽃은 대지모의 사랑의 정념 
무르익은 생명의 폭죽이다. 


 
나는 멀고 먼 겨울 여행을 떠나오면서 
온몸이 찢기고 할퀴어졌을지라도 쓰러지지 않았고 
푸른 새싹들과 함께 먼 동토를 건너온 것이다.
새 날은 그렇게 대지모의 황금 젖줄을 타고 
무너지지 않는 대지모의 언약을 방패 삼아 
이제야 온몸에 연초록 비가 가득 내리고 
우주 생명수가 파도로 밀려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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