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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호에 이어)
신분제 사회에서는 각자 계급에 맞는 관습이 있다. 관습은 사회적 경계선이다. 귀족은 그 관습에 맞는 언어와 행동과 특권을 가지고 있고, 신하와 노예는 별도의 관습이 있다. 같은 물리적 공간에 있어도 사회적 공간은 엄격하게 구분되어 있고, 함부로 노예가 귀족에게 '아내를 사랑하시지요?'라고 개인적인 질문을 감히 할 수 없다. 다른 귀족 친구들이 술을 마시면서 '야, 자네는 아내를 사랑하냐?'라고 물을 수 있다. 


만일 노예가 귀족에게 저런 질문을 했다면, 관습은 깨지게 되고, 혼돈이 시작된다. 운전기사 기택은 박사장에게 '아내를 사랑하지요?'라고 대뜸 질문을 한다. 박사장이 움찔 놀라는 것은 당연하다. 


'이놈 봐라' . 한번 더 그 같은 질문을 한다면, 다음과 같이 칠 것이다. "김기사, 운전이나 해"


두 세계는 한 공간에 있지만, 경계선을 유지하면서 충돌하지 않는다. 서로 공적 영역에서만 만나고 사적 영역인 침실은 침범하지 않는다. 따라서 사건사고도 없다.


사고란 사적 공간인 침실이 들켜버릴 때 발생한다. 기태네 가족이 여행 떠난 박사장 저택에서 술 먹다가 별안간 들이닥친 주인네 식구들을 피해서 거실 탁자 밑으로 숨어버릴 때, 기태는 박 사장으로부터 자기를 바라보는 속내를 듣게 된다. 인간적인 모멸, 존재를 부정 당하는 모독을 당한다. “김기사 몸에서 냄새가 나. 반지하 냄새” 


폭우를 피해서 하염없이 낮은 동네로 피해 달아나는 기태의 세계와 거실에서 섹스를 하는 박사장 부부의 우아한 삶이 극명하게 부닥치면서 서로의 세계가 얼마나 지랄 맞은 비극인지를 보여준다. 


로스엔젤러스 태양 같은 상큼한 부자들의 세계와 뭘 해도 구질구질한 가난한 사람들의 세계는 종이 하나차이만큼 가깝다. 기태는 몇 시간 전까지 양주 꺼내서 정원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술을 마시면서 웃었다가 이제 폭우를 피해서 반지하 동네로 내려왔다. 집에는 물이 차서 모든 가재도구가 엉망이 되었다. 변기통은 똥물이 역류한다.


그렇게 체육관에서 잠을 설치는데, 아침부터 사장 내에서 전화가 온다. 아이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으니, 장보러 가게 빨리 와달라는 것이다. 두 평행세계가 겹쳐지지 않고 보이지 않을 때는 살던 대로 살았다. 


이제 부자의 세계는 가난을 더욱 가난하게 보게 만드는 분노의 원인이 되었다. 부자의 세계에 편입해서 즐기고 싶다는 것은 그 세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희망사항이었다. 기태가 미처 예측하지 못한 것은 부자의 세계에 비쳐진 자신의 모습이었다. 냄새 나고 천한 인간. 


박사장이 기태의 칼에 찔리는 것은 불교식으로 말하자면 자업자득이었다. 아무리 오랜 친구라도 공개적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그 친구로부터 모욕을 당하면 단교하게 된다. 자기의 잘남을 말하기 위해서 주변 사람들을 깎아 내리게 되면 결국 화살은 당사자에게 돌아온다. 


가난한 기태의 세계는 어차피 생존거짓말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거짓말을 했다고 폭로가 되더라도 뭉개버릴 수 있다. 그래서 이중적일 수 밖에 없고, 윤리의식이 낮다. 


반면, 박사장의 세계는 느낀 대로 생각나는 대로 말해도 주변에서 알아서 수용해야 하는 세계다. 그래서 부자들은 약자들에게 솔직하게 자기 감정을 드러내고 그들을 경멸한다. 같은 공간에서 살아가게 되면 가난한 자들은 거짓말이 발달하고, 부자들은 분노조절이 안되게 된다.


분노하는 부자와 거짓말하는 가난한 자는 사건 사고의 양분이 된다. 기태가 거짓말을 멈추고 분노를 폭발하게 되는 것은 그의 딸이 칼에 찔리고, 집이 홍수에 잠기고, 아내가 흉악범과 싸우고, 그 와중에 박사장은 제 식구를 데리고 도망가려고 차 열쇠를 달라고 소리치면서였다. 


건축가가 세운 근사한 저택은 두 세계가 충돌하면서 흉가가 되어버리고 만다. 주거공간이라는 사회학적 대상으로 본다면, 시각적으로 뛰어난 건축물도 엉성한 축대로 만들어진 부실건물이 되어버린다. 


부자와 빈자의 공존은 충돌과 비극을 품고 있다. 부자들의 오만과 편견은 자기 목을 향한 과도가 된다. 박사장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하여 예와 존경심을 지켰다면, 적을 만들지 않았을 것이다. 줄곧 자기만의 벤츠 세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믿는 것은 허상이다. 돈과 명예를 지니고 건강한 신체를 보존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존중을 가지지 못하면 가난한 이웃들로부터 반감을 얻게 된다. 


기근이 왔을 때 곳간을 열어 이웃들에게 나누어주고 하인의 여식이라고 함부로 대하지 않고 공부할 수 있게 배려해주던 주인이 존경을 받는다. 하나의 세계가 존재하지 않고 다양한 세계가 중첩되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회적 배려와 존중을 유지하고 살아가야 할 이유가 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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