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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절이 가까워오는 12월 어느 날, 두 늙은이밖에 없는 이 한적한 집에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 수화기를 드니 에드먼턴 얼음문학회의 K회장으로부터 온 장거리 전화. 내용인즉 오는 4월에 출간될 예정인 얼음문학회 회지(會誌)에 내 수필 한편을 싣고 싶으니 신작 수필 한 편을 보내주든지, 아니면 축하의 말 몇마디를 보내달라는 원고청탁이었다.  


 겉으로는 “아이구 내가 뭘…” 하며 사양하는 척 했지만 속으로는 여간 뿌듯하고 기분이 좋은 게 아니었다. 마치 마음속으로 애간장을 태우며 그리워하던 남자가 어느날 자기에게 접근해 오는 데 겉으로는 “이럼 안돼요.” “아이, 이러지 마세요.” 하는 극히 미지근한 저항을 하며 그 남자의 품속을 파고 들고 마는 어느 처녀와 같다고 할까.


 원고 청탁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나를 인정(認定)해 준다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남의 인정받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들이 인정의 노예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맹렬히, 그리고 끈질기게 추구한다. 그런데 인정의 절반은 남에게서 오는 것. 그러니 “남이 나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든 나는 상관치 않는다.” 따위의 말은 어릴적에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을 때 “나는 무섭지 않아” 같은 말을 해서 자기는 용감한 소년이라는 것을 만천하에 알리거나 태산이 울어도 끄덕 않는 의연함을 보여주자는 것과 마찬가지. 이 모두가 인정을 최대화하려는 몸부림이라면 내가 너무 야박할까.


 인정이 자기 자신으로부터 올 때도 있다. 이를 두고 사람들의 자존감(自尊感) 혹은 자중감(自重感)이라고 한다. 자존감이 너무 높은 것도 탈이지마는 너무 낮은 것은 더 큰 탈이다. 자존감이 낮은 사람은 일반적으로 자기를 인정해주는 경우가 적으니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생각하지 못할 때가 많을 뿐 아니라 한 발짝 더 나아가서 자기 능력을 스스로 비하(卑下)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불행감이나 열등감을 더 자주 느끼게 된다.


 1988년 미국의 저명한 인지 심리학자 테일러(S. E. Taylor) 교수는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들은 정신적으로 못한 사람들에 비해서 자기 자신에 대해 긍적적이고 좋은 쪽으로 착각을 더 많이 하는데 그 중 하나가 성격 면에서 자기 자신을 너무 아름답고 거창하게 포장을 하는, 말하자면 과대평가를 한다는 놀라운 주장을 발표하였다.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사람이 아니라 정신적으로 건강한 사람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큰 착각을 한다니 놀랍지 않은가? 


 테일러 교수는 이 주장을 위해서 이루헤아릴 수 없을 정도의 많은 연구 결과를 끌어냈다. 착각이라 해도 자기를 긍정적인 쪽으로 끌어당기는 것이니 그는 이를 긍정적 착각(positive illusion)이라 불렀다. 예를 하나 들어보자. “남들이 당신을 얼마나 정직한 사람으로 보는지 10점 만점으로 답해보라”면 남들의 평균은 6점인데 자기 자신은 이보다 더 많은 9점으로, 또 “남들이 당신을 얼마나 잔인한 사람으로 보는지 10점 만점으로 답해보라”면 남들은 평균 5점이나 자신은 이보다 5점이 더 적은 0점으로 평점을 한다는 것이다. 


 요컨대 긍정적인 특성에서 남들이 당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자기 자신은 더 많은 것으로, 부정적인 특성에서는 남들이 당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보다 더 적은 것으로 생각한다는 말이다.


 도(道)가 탁월한 경지에 오른 어느 스님 한 분이 독재 대통령 C씨에게 “네가 누구인지 네 자신에 대해서 잘 아느냐? 네 자신도 잘 모르는 사람이 어떻게 나라를 통치하려고 드느냐”는 요지의 편지를 보냈다는 신문기사를 읽었다. 자기 자신에 대해서 잘 알아야 나라를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하는 스님은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잘 아는지 되물어 보고 싶다. 


 한 가지 더 스님의 말을 되씹어 보자. 자기도 잘 모르는 사람이 나라를 이끌지 못한다는 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없다. 이 세상에는 자기 자신의 건강은 좋지 못해도 남의 건강은 잘 돌봐주는 의사도 많고 자기는 가난하지만 남의 돈을 잘 벌게 해주는 재정상담가도 있다.


 높은 도덕적 경지에 오른 고승(高僧), 저명한 학자, 사상가, 정치가들 중에는 남의 인정(認定)은 허무한 것이라고 이를 맹종하는 세상 사람들을 비웃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들은 과거에 이미 남의 인정을 많이 받아서 소위 스타 반열(stardom)에 오른 사람들이 아닌가. 마치 어느 백만장자가 말년에 이르러 “돈, 지위, 명예가 한 조각 구름일 뿐”이라고 탄식하는 것과 마찬가지. 


 등록금 낼 돈이 없어서 학교를 포기해야 하는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돈과 명예 그 어느 것도 뜬구름처럼 허무한 것이라고 하는 것은 허기진 사람에게 짜장면 한 그릇을 탐내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는 허무한 것이라는 말과 마찬가지가 아니겠는가.(201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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