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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탄로가(嘆老歌). 늙음을 탄식하는 노래다. 이 세상에 집단을 이루고 사는 인간 종족 중에 노래 없는 종족이 어디 있으며 그 종족 문화에 늙음을 탄식하는 노래가 없는 종족이 어디 있을까. 죽음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운게 늙음이다. 죽고나면 이 세상보다 몇 배 더 좋은 세상에 가서 살 수 있다지만 그런 세상이 정말 있는지는 거기를 다녀온 사람이 없으니 아무도 모른다. 내 생각으로는 그런 세상이 있다면 죽음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을 안심시키기 위한 방편으로 꾸며낸 것 같다.


 늙으면 서럽고 슬프다. 일찍이 송강(松江) 정철도 나무가 고목이 되면 오던 새도 오지 않는다 하지 않았던가. '탄로가'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은 고려말의 대학자 역동(易東) 우탁이 남긴 "한 손에 가시 쥐고. "와 "춘산에 눈 녹인 바람. "으로 시작되는 두 수이다. 역동 선생이 세상을 뜬지 700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으나 이 탄로가 두 수는 700년 시공(時空)을 넘어 오늘날 세상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역동 이후로 늙음을 탄식하는 노래가 왜 없었겠는가마는 송강의 다음 두 걸작이 나오기까지는 그가 가신 후 270년 가까운 세월을 기다려야 했다. 술과 여인의 분 냄새를 좋아하기로 이름난 당대의 문호 송강은 벼슬과 권세 주위를 맴돌기를 좋아했지만 세월의 무게는 어쩔 수 없었던지 다음 시조를 남겼다.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나는 젊었거니 돌인들 무거울까/늙기도 설워라커든 짐을 조차 지실까
 내 나이 풀쳐내어 열다섯만 하얏고져/센 털 검게 하여 아이 모양 만들고져/이 벼슬 다 드릴망정 도련님이 되고져

 


 속절없이 20세기의 가객(歌客) 나훈아의 <청춘을 돌려다오>가 아닌가.


 세월은 흐른다. 숙종조에 들어서면서 임진왜란의 악몽도 잊혀져 가고, 병자호란의 상처도 아물어가던 태평성대. 이제 살만한 세상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럴까 늙음을 탄식하는 노래들이 쏟아져 나왔다. 숙종, 영조 때의 가객 노가제(老歌齊) 김수장은 여인으로부터 냉대받은 설움을 탄로가에 쏟아놨다.


 터럭은 희었어도 마음은 푸르렀다/꽃은 나를 보고 티 없이 반기거늘/각시네 무슨 탓으로 눈 흘김은 어쩌오


 마음은 성춘향인데 몸은 정주영, 누구나 늙음은 찾아오는 것인데 왜 나를 늙었다고 괄시하느냐는 노인인권위원회의 절규다. 또 어느 이름을 남기지 않은 시인의 탄식.
 늙기도 서러운 것이 백발만 여겼더니/귀 먹고 이 빠지니 백발은 예사로다/그 밖의 반야가인(半夜佳人)도 쓴 외 본 듯 하여라


 반야가인은 밤에 만난 아름다운 여인을 말한다. 백발에 귀 먹고 이 빠지니 이제는 백약이 무효, 아리따운 여인의 모습도 아무런 흥취를 불러 일으키지 못하니 그야말로 "하늘 가는 밝은 길이 내 앞에 있으니. "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세상, 아무리 몹쓸 병이 들고 고생 고생 살아도 오래 살고 싶은 욕심은 누구에게나 있는 것. 현대의학의 힘만 믿는 사람들은 '구구팔팔'이니 '구구팔팔 이삼사'니 하는 요상스럽기 짝이 없는 말을 만들어 병으로 고생고생 사는 것보다 차라리 일찍 죽는 게 낫다는 말을 퍼트리고 다닌다. 그러나 천만에, 우리의 삶은 아무리 병 때문에, 쪼들리는 살림살이 때문에, 고통스럽다 해도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눈꼽만큼도 줄어들지 않는 법.


 진시황이 그토록 구하려고 애쓰던 불로초 대신 21세기 첨단제약 기술로 만든 불로환(不老丸)이 나왔다고 하자. 그 약 한 알에 수천억 원을 웃돌 것이니 그렇게 되면 이 세상은 바야흐로 부자들의 천국. 앞으로 1,000년 쯤 지나면 대한민국에는 이(李)씨 성 가진 사람들과 정(鄭)씨 성 가진 사람들만 우글거릴 것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수백 번은 들었을 노래. 밭 갈고 씨뿌리는 풀뿌리 농민들의 삶 속에서 연연히 맥을 이어온 <아리랑>의 마지막 구절, "세월아 네월아 가지를 마라. 장안의 호걸들이 다 늙는다"의 두 줄 사연은 지극히 단순하면서도 그 호소력이 크다. 옛날에는 내 옆을 지나가는 그냥 노래였는데 지금은 내 가슴을 올올히 파고드는 노래 이상의 노래가 되었다.(201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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