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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부님 러시아에 가다(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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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 이어)
빼뽀네가 숨을 몰아 쉬며 말했다. “축복은 당신이나 간직해 두시구랴” 


“예수님, 저 사람을 용서해 주십시오.” 돈 까밀로는 자신이 개량해서 만든 빈 성수병 바닥 위에 모셔놓은 작은 십자가상 앞에 머리를 숙이고 소근거리듯이 말했다.


“그는 너무나 신경이 곤두서 있어서 제대로 생각할 수가 없나이다.”


“사람들이 방문을 두드렸을 때 신부님은 신경이 곤두서지 않았었는지 알고 싶나이다.” 빼뽀네가 고함을 쳤다.


“누가 방문을 두드렸다구? 난 못 들었는걸”


빼뽀네는 더 이상 고집을 세우진 않았다. 돈 까밀로는 언제나 사실대로 말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지금 피곤해서 죽을 지경이었고, 비록 그 반동분자인 약제사와 꿈속의 여행을 계속하게 된다 하더라도 침대에 누워 눈을 붙이고 싶기만 했다.


“신부님은 모든 준비가 다 되어 있잖습니까? 그러니 이제부터는 제가 옷 좀 갈아입게 제발 그 예복들이나 저리로 치워버려 주십시오” 그는 거친 소리로 말했다. 


“동무, 화가 난 모양이군.” 돈 까밀로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아무래도 소비에트 연방의 기후가 자네에게 안 맞는 모양일세.” 


“나를 미치게 만드는 건 바로 동무요!” 빼뽀네가 소리치면서 문 쪽으로 그를 밀어냈다.


그런데 그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이 또 있었다. 문이 아예 잠겨 있지도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누구든지 그들을 부르러 오면 손잡이를 돌리고 걸어 들어오기만 하면 되었었다.


나디아 페트로프나 동무가 아침식사 테이블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일행이 다 모이자 그녀는 말했다. “우리부터 먹기 시작합시다. 오리고프 동무는 좀 더 있어야 내려올 모양입니다.”


페트로프나는 가까이 하기 어려울 정도로 관료적인 태도를 하고, 누구에게도 시선을 주지 않은 채 차갑고 딱딱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는 한 치도 허술한 동작을 보이지 않으면서 의자에 앉았다. 그녀의 아침식사는 단 한 잔의 홍차였다.  


마치 불쾌한 의무나 되는 듯이 산란한 마음으로 홍차를 홀짝거리며 마셨다. 그녀는 마치 얼음으로 만든 칼집 속에 끼어있는 것 같이 보였다. 그러나 다행인지 아니면 불행인지 모르지만 그 칼집 속엔 틈이 있었고 그곳에서 멋진 향기가 풍겨 나오고 있었다. 


그 향기가 그녀의 굳은 자세를 망가뜨려 놓았다. 페트로프나는 자신이 국가의 공복이란 사실을 잊은 채, 스카못지아 동무가 선물로 준 오드콜롱을 몸에 뿌리고 나온 것이다. 스카못지아는 그녀와 약간 떨어져 앉아 있었지만 그는 예민한 후각을 가지고 있었고 그녀에게 생긴 변화를 잘 알고 있었다.


오리고프 동무는 아침식사가 끝날 무렵 식당에 도착했다. 그는 다른 데에 정신을 뺏긴 사람 같아 보였다. 아침 인사도 하는 둥 마는 둥 한 다음, 페트로프나 동무를 한쪽으로 데리고 갔다. 두 사람은 오리고프 동무가 서류 가방 안에서 꺼낸 관인 찍힌 서류에 대해 자주 언급하면서 오랫동안 토의를 계속했다.  


그들은 진행 방침을 분명히 세운 다음, 페트로프나가 빼뽀네에게 말을 옮겼다. “오리고프 동무께서 여러분이 머무는 동안 진행될 확실한 계획서를 여행국으로부터 받아 왔습니다, 오늘 아침 9시에 여러분은 ‘붉은 별 트랙터 공장’을 방문하게 됩니다.”


빼뽀네는 놀란 얼굴로 그녀를 쳐다보았다. “동무, 내가 잘못 알아들은 건 아닌지, 그건 우리가 어제 오후에 방문했던 공장이 아니던가요?”


페트로프나가 오리고프와 다시 의논했다. “우리가 방금 당국에서 받은 계획서에는, 어제 오후는 휴식으로 여독을 풀고 다음 날인 오늘 그 공장을 가도록 적혀 있습니다. 원래 있던 계획이 취소되었고 어제의 방문은 가지 않았던 것으로 해야겠습니다.”


빼뽀네는 당황하여 두 팔을 불쑥 내밀었다. 그녀는 상관과 다시 의논했다. “계획은 변경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오늘 오후엔 시내 관광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오리고프 동무께서는 그 공장을 또 한 번 방문하라고 주장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아침 시간엔 호벨에서 쉬는 게 어떤가 권하고 있습니다.”


여행자들은 여행의 피로가 완전히 풀리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그 제의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오리고프 동무께선 여러분의 방문 날짜를 바꾸려고 공장에 가십니다.” 


페트로프나가 말했다. “저는 로비에 남아서 여러분의 시중을 들겠습니다.”


그녀는 호텔 로비의 구석진 곳에 있는 소파에 가서 앉았다. 그녀의 태도는 딱딱하고 거만했으나 그녀가 가는 곳마다 오드콜롱의 향기가 풍겼다.

 

돈 까밀로는 호텔 방으로 돌아와 신발을 벗고 침대 위에 몸을 던지듯이 누워버렸다. 그가 깜박 잠이 들었을 때 빼뽀네는 혼자서 뭐라고 중얼거리며 마루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세수를 하고 난 다음에 그의 안전 면도기를 그곳에 두고 내린 것이다.


“내 면도기를 가져다 쓰고 소란 좀 그만 피우게.” 돈 까밀로가 말했다.


“나는 내 면도기만 쓰는 사람인데요.” 빼뽀네가 말했다. “그런데다 그런 구식 칼 같은 것엔 익숙지 않아요.”


“그러면 아래층에 내려가게. 자네가 납세자들에게서 받은 리라를 루블로 바꿔서 새 면도기를 하나 사면 되잖아. 종합판매장이 이 근처에 있더군. 다만 차에 치지 않도록 조심이나 하게”


창 밖엔 그들을 호텔로 태워다 준 버스 외에는 차량이라곤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빼뽀네는 바늘에나 찔린 듯 속상했다.


“머지 않아 차들이 오겠지요” 그는 코를 쌜룩 거리며 말했다.


“우린 급할 거 하나도 없으니까. 외지에 나간 사람들이 타고 간 차량이 돌아올 동안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지낼 것입니다.”


“내 털양말도 몇 켤레 좀 사다 주게”


 돈 까밀로가 그의 동에다 대고 소리쳤다.


“혁명이 나고 40년 된 지금 적어도 양말 한 켤레는 만들어 놨겠지”


빼뽀네는 대답 대신에 문을 쾅 닫고 나가버렸다. 페트로프나 동무는 빼뽀네에게 최고의 신경을 써서 대접했다. 그래서 호텔 지배인에게 그의 리라 지폐를 루블 지폐로 바꿔주도록 주선했다. 그런 다음엔 러시아어로 몇 자 적어서 빼뽀네에게 건네 주었다.


‘안전 면도기 한 개, 면도날 열두 개, 보통 크기의 남자용 털양말 한 켤레’


종합 판매점은 바로 길 건너편에 있었다. 거래는 빨리 진행되었다. 여자 판매원이 그 청구서를 읽자마자 물건들을 챙겨서 빼뽀네에게 넘겨주고 값을 적었다.  


그런데 빼뽀네가 그의 호텔 방에 돌아왔을 때 그는 기대했던 것만큼 기분이 좋아 보이질 않았다. 그는 돈 까밀로에게 양말을 던져 주었다. 돈 까밀로는 공중으로 손을 날려 받아 쥐고는 아주 만족한 표정으로 양말을 내려다 보았다.


“아름다운데!” 그는 소리쳤다.


“우리나라에선 이 물건의 반 만큼도 만들지 못하지 뭔가. 양말 길이를 다르게 만든 착상이 기가 막히게 현명하군. 사람의 발 길이가 똑같으란 법이 없으니까. 얼마줬나!”
“10루블 들었소”


면도기 포장을 풀면서 빼뽀네가 말했다. “환율이 얼마지?”


“모르겠어요. 내가 말할 수 있는 거라곤 다만 1만 리라 지폐 한 장에 70루블을 내게 줬다는 것뿐이오”


“그럼 1루블에 150리라를 준 셈이군. 스위스 프랑과 맞먹는데 면도기는 얼마 주었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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