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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가(歸 家) 

 

 

 

1. 밤 11시 
일 마친 down town 
지친 버스를 기다린다. 
머 - 얼리 나지막한 언덕으로부터 
자동차 헤드라이트들이 
달맞이꽃 피어나듯 줄지어 피어난다 


  
어느새 달맞이꽃들은 
내 앞을 지나 아득히 사라져 간다 
조금은 송이가 큰 달맞이꽃이 피어난다 
이윽고 내 앞에 버스가 섰다 
내릴 사람은 내리고 
탈 사람은 타고 
버스는 달린다
밤을 싣고, 나를 싣고


  
타국살이에 고달픈 영혼들이 
몸둥이는 짐짝처럼 버스에 내맡긴 채 
출렁대는 파도처럼 흔들거리며
막을 수 없는 하품과 실눈 사이로
이승의 하루가 지나려 한다. 


  
2. 밤 11시 20분 
도시냄새를 가득 싣고 온 Subway 안에서 
나는 눈물같은 시를 생각한다
3년은 세수도 못한 듯 가랑잎 얼굴의 
마주 앉은 흑인 할아버지
고기도 얹지 못한 마른 피자 한 조각으로
요기를 하고 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음료수 캔 하나를 준비해 오는건데 
캔 하나의 아쉬움이 못내 아쉽다


  

3. 밤 11시 50분 
갈아탄 버스에서 내리고 보니 
부슬 부슬 비가 내린다 
가로등도 차거운 이국의 거리 
자박 자박 걸어가면 
저벅 저벅 따라 온다 
내가 천천히 걸으면 
그도 천천히 걷고
내가 빨리 걸으면
그도 빨리 쫒아온다
아파트 옆 가로등 아래 
내가 슬쩍 멈추니 
그도 슬쩍 멈춘다 
용기 내어 살짝 뒤돌아 보니 
싸늘한 밤하늘에 메아리로 남는
나의 발자국 소리 
애처러운 구도의 모습으로 
길게 늘어진 나의 그림자 


  
4. 밤 12시 
아파트 로비에 들어서니 
등속에 식은 땀이 차겁지만 
기다리던 아들의 “엄마” 하는 소리 
날마다 나의 귀가는 
아픈 희망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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