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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rsul
설동란 일기,오후의 망중한을 즐기다
drsul

 

설동란 일기

 

오후의 망중한을 즐기다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다니, 시청 앞의 공원이다. 내 옆엔 노부부도 Walker를 가진 부인을 도와주면서 햇빛도 쏘이고 정담도 나누고 있다. 요즘 들어 피로가 쉽게 오고 긴장이 풀린 탓인지 잠깐 졸음도 즐긴다. 너무 감사할 뿐이다.

 

 조국을 떠나 산 지도 50년이 다 되어 가는데 고국이 가난하고 국민이 모두 어려웠을 때 파독으로 취업차 떠난는데 세월이 참 빠르다. 젊고 패기 있고 겁없던 젊었을 때다.

 

 아들 딸이 어렸을때는 오직 먹고 사는 것에만 집착했었고 너무나 바보처럼 살았다. 장성한 너희를 또 우리의 바통을 받은 채 생업에 최선을 다하니 결국은 삶은 다람쥐 쳇바퀴를 도는 것이 아닐까.

 

 아침 8시에 출근하는 며느리가 자주 문안 전화한다. Hi, 어머니, Everything OK? 하고 안부를 묻는다. 그래 고마워, 늙어가는 부모를 염려하는 너희 속내를 충분히 이해하면서 고맙다.

 

 걷는 것이 일상이 된 나의 생활, 남편의 출근길 따라 1~2시간 걸어서 은행과 쇼핑을 끝냈다. 오후의 산책도 뒤 공원을 걸으면서, 심심하면 퇴비(나뭇조각 섞은)를 한 삽씩 떠와서 현관 앞 화단을 돋운다.

 

 나무도 싱싱하게 화초도 탐스럽다. 보기에도 생생한 파란색들이 너무 좋다.

 

커피를 안 즐기는 성격인데, 고구마 찐 것과 안성맞춤 향이 너무 좋다. 일기책이 여기저기 있다.

 

 손에 잡히는 대로 적어두고 보고 있다. 귀여운 손자를 며칠 볼 수 없어 안타깝다. 주말엔 남편과 외출할 계획이다. 자주 못 만나는 외할버지를 보여주자.

 녀석을 앉고 간절히 기도해 주는 남편을 조금은 낯설어하더니 금방 친숙하다. 팔도 만져보고 얼굴을 또렷이 바라보며 할아버지에게 안기던 천진한 녀석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노인의 여정이 깊어가고 너희는 무럭무럭 커가라. 누구에게나 도움이 돼주고 필요한 가치 있는 너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외식이라야 감자탕, 우동 한 그릇 뿐이다, 딸네가 잠깐 방문한다.

 

 자주 안 봐도 할아버지를 따르고 안기는 녀석이 너무 신통하다. 우리가 떠나올 때 울먹이던 너를 앞세우고 공원에 가주마. 그네를 타면서도 God love you. 노래 부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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