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밤에
어디선가
장작 패는 소리가 들리자,
또다시 밤이 길어졌다.
가래떡을 썰 듯 아무리 썰어내도
좀처럼 줄어들지가 않았다.
떡국으로도, 떡라면으로도
끓여먹을 수 없는 밤.
시계초침소리에 째깍! 째깍!
잘려나간 수잠*들이 뒤척이더니
그날 밤을 데리고 왔다.
독불장군 좀비들한테 이유 불문 끌려가
난타북이 된 알몸의 밤이었다.
맞으면서도 잠들고,
잠자면서도 두드려 맞으면서
자유를 꿈꾸던 악몽의 밤이었다.
그때,
망나니의 칼춤이 되어
쏟아지는 잠을 단칼에 내려치던,
그 살수(殺手)*놈들.
그 놈들은 아직도
눈이 시퍼렇게 살아있을까? 살아서,
이 밤에도 잘 자고 있을까?
먼동이 터오듯
훤히 밝아오는 그날의 기억들이
겨울밤처럼 길어갔다.
(2020.1. 24)
* 수잠 : 깊이 들지 않은 잠, 겉잠, 선잠
* 살수(殺手) : 망나니, 죄인을 죽이던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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