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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Hwanghyunsoo

 

혹시 조동진이라는 시인(?)을 들어 보셨나요? 어디선가 들어본 것 같죠. 아마 <나뭇잎 사이로>라는 노래는 들어봤을 겁니다.

나뭇잎 사이로 파란 가로등/ 그 불빛 아래로 너의 야윈 얼굴/ 지붕들 사이로 좁다란 하늘/ 그 하늘 아래로 사람들 물결/ 여름은 벌써 가 버렸나/ 거리엔 어느새 서늘한 바람/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

이 노래는 조동진이 작사, 작곡, 노래를 한 곡이다. 조동진을 시인이라 소개했듯이, 그는 출판사 청맥에서 <우리 같이 있을 동안에>라는 시집을 발간하기도 했다. 1967년에 데뷔한 가수이지만, 방송 출연이 거의 없어 얼굴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 오직 음반과 콘서트로만 세상에 나타났다가 사라져서 노래만큼 가수를 기억하지도 못한다.

조동진은 1967년 미 8군 무대에서 록 그룹 <쉐그린>의 보컬리스트로 가수 활동을 시작했다. 1979년 <행복한 사람>, 1980년 <나뭇잎 사이로>라는 앨범을 냈다. 이 두 앨범 만으로도 그는 대중 음악사에 의미 있는 발자국을 남긴다. 이 두 앨범은 봄 아지랑이처럼 잔잔하게 퍼지며 미래를 걱정하는 젊은이들에게 위안을 주었다.

 

“우리 같은 음악을 하는 곳은 우리 밖에 없다. 그만두려고 해도 그럴 수 없다.” 조동진의 음악 좌표를 이해할 수 있는 말이다.

 

조동진의 3집 중에 ‘제비꽃’이라는 곡이다. 내가 처음 너를 만났을 땐/ 너는 작은 소녀였고/ 머리엔 제비꽃/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멀리 새처럼 날으고 싶어/ 내가 다시 너를 만났을 땐/ 너는 많이 야위었고/ 이마엔 땀방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작은 일에도 눈물이 나와/ 내가 마지막 너를 보았을 때/ 너는 아주 평화롭고/ 창 너머 먼 눈길/ 너는 웃으며 내게 말했지/ 아주 한밤중에도 깨어 있고 싶어

이 노래는 한 소녀의 이야기다. 조동진은 <제비꽃>을 쓰게 된 사연을 어느 인터뷰에서 밝힌다. "아직 찬 기운이 남아 있는 봄바람 속에서 짧게 흔들리고 있는 그 꽃을 발견하게 되면 반가움과 함께 왠지 애처로운 생각도 든다. 그것은 마치 꿈 많은 젊음이 갖는 절망감을 보는 듯해서 더욱 그러하다"라고 말한다.

1992년에 하나뮤직을 설립해 언더그라운드의 산실을 이끌었던 그는 경영이 계속 어려워지자, 1996년 회사를 접고 대중 앞에서 없어진다. 그가 떠난 자리에 이수만, 양현석, 박진영, 방시혁 등이 음악 기획사를 만들어 터를 잡는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2016년에 새로운 음반을 들고 홀연히 나타난다. 그의 말을 빌면 “기타를 집어넣는데 10년, 다시 꺼내는데 10년이 걸렸다”라고 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뀔 동안 그의 모습도 변했다. <제비꽃> 노랫말 속 쑥스러운 소녀가 아니었다. 찬 기운 속에서도 짧게 흔들려도 살아남은 제비꽃처럼 나타난 그의 모습을 보고, 어느 신문에서는 ‘21세기 포크 대부의 귀환’이라고 환영한다.

 

'한국 언더그라운드의 산실' 하나뮤직이 만들어진 1992년 무렵의 사진. 뒷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조원익, 하덕규, 장필순, 손진태, 김현철, 조동익, 박학기, 조규찬, 윤영로, 박용준, 권혁진, 한동준, 최성원, 김광석. (조동진이 사진을 찍었다.)

 

문학평론가 함돈균은 “그의 음악을 듣고 있노라면 ‘노래는 시의 오래된 미래’라는 말이 떠오른다”며 "노래 부르는 사람과 자연이 일치를 이루는 서정시와 같은 세계"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 6집 음반에 지난 20년의 모든 걸 담았다. 하지만, 그에게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 방광암 말기로 투병한 지 오래되었는데, 콘서트 준비에 빠져 건강 관리를 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2017년 8월, 조동진이 우리 곁을 떠났다. 1947년생이니 향년 70세였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배가 있었네/ 작은 배가 있었네/ 아주 작은 배가 있었네. <후렴> 작은 배로는/ 떠날 수 없네/ 멀리 떠날 수 없네/ 아주 멀리 떠날 수 없네. <반복>

잔잔한 물결 따라 한 평생 힘없이 흔들리던 <작은 배>. 작은 배로는 멀리 떠날 수 없다던 그 배가 아주 멀리 떠나버렸다. 주인을 잃은 노랫말이 허공 속에서 헤맨다. 허공을 헤맨, "계절은 이렇게 쉽게 오가는데/ 우린 또 얼마나 어렵게 사랑해야 하는지."라는 노랫말이 마치 유언처럼 들린다.

조동진의 노래는 덜어내고 또 덜어내 남은 것 들로만 만든 듯, 간결하고 담백하다. 그는 정치적 이슈 같은 것에 찝쩍대지 않고, 이지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다녔다.

조동진의 또 다른 공적은 프로듀서로서 수많은 실력파 가수들을 발굴하여 키운 것이다. 록그룹 <들국화>, 하덕규와 함춘호의 <시인과 촌장>, 조동익과 이병우가 함께한 <어떤 날> 그리고 이소라, 한동준, 장필순, 김광석, 한경애, 박학기, 김현석 등이 그에게 자양분을 받고 자란다. 그래서 조동진을 중심으로 형성된 이들을 ‘조동진 사단’이라고 칭하고, 그들이 한국 포크의 미래다.

조동진의 마지막 앨범은 <나무가 되어>다. 그는 이미 많은 앨범에서 나무의 싱그러움과 미덕을 노래한 바 있다. 그는 이 마지막 앨범에서 스스로 나무가 되고 싶은 심정을 노래한다.

나무가 되어/ 나무가 되어/ 끝이 없는 그리움도/ 흙 속으로/ 나는 이제 따라갈 수 없으니/ 그대 홀로 떠나갈 수 있기를/ 나는 비에 젖은 나무가 되어/ 예전처럼 외로움 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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