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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nghyunsoo
어렵고도 참 쉬운 ‘버킷 리스트(Bucket List)’
Hwanghyunsoo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신당동 친구들과 통화하면 자꾸 철이 없어진다. 어릴 때 같이 뛰놀던 이들인데 어찌하다 보니, 뉴욕과 토론토에 와서 살고 있고, 가끔 셋이 단톡방에서 아무 말이나 떠든다.

 

 “경우야, 네 버킷 리스트가 뭐냐?” “뭐, 버킷…?” 영어 쓰는 나라에서 30년 이상 살았지만, 영어만 나오면 긴장을 한다. “버킷, B-U-CKET LIST~” 알아들은 다른 친구가, “버킷은 죽기 전에 꼭 해보고 싶은 것들…”이라고 설명해주니, 그제서야 “아, 그런거 아직 생각을 못해 봤는데…”라고 한다.

 

버킷 리스트는 꿈하고는 다른, 진짜 조금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는 것을 말하면 되는데, 좀 멋있게 말하고 싶어서인지 쉽게 답을 못한다. 어릴 때부터 ‘폼생 폼사’인데, 아직 버릇을 못 버렸다.

 

“지금 바로 생각 안나면 오늘밤 생각해서 문자로 보내줘” 했더니 “그러는 네 버킷 리스트는 뭐냐?”고 묻는다. “~나… 경우랑 시카고 가는 것, 태진이도 같이 가면 좋고…”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며 “야, 너… 통신보안! 통화 소리 다 들린단 말이야” 한다. 아니, 시카고 가고 싶다는데, 저렇게 놀라는 건 무슨 경우인가? 분명히 시카고에 무슨 말못할 사연이 있는 게다.

 

▲버킷 리스트는 꿈하고는 다른, 진짜 조금만 부지런하면 할 수 있는 것들을 정리하면 된다.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Bronnie Ware)는 <내가 원했던 삶을 살았더라면>이라는 자신의 책에서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를 다음과 같이 꼽았다. 첫째,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다는 것. 둘째, 인정받으려고 일만 하다가 인생을 허비한 것. 셋째, 마음 맞는 친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한 것. 넷째, 그렇게 열심히 일하지 말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것. 다섯째, 더 행복할 수 있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제 100세까지 살아야 한다는 것에 막연한 불안감을 느낀다. ‘어떻게 잘 마무리해야 하나? 고통 없이 가족에 피해 없이 죽어야 한다’는 웰 다잉(Well-Dying)이라는 말도 이제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부분 나이 많은 이들은 나름대로 고령사회에 뒤쳐지지 않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고 있다. 내 존재와 시간을 때우기 위해 화초를 가꾸고, 글을 쓰기도 하고 유튜브 제작, 사진 촬영, 그림을 그리도 한다. 공동체에 속해서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배우고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건강을 위해 걷는 일은 일상이 되었고, 평소 싫어하던 운동도 적극으로 하게 된다.

 

 따지고 보면 100세까지 산다고 해도 움직일 수 있는 나이가 그리 많지 않을 것 같다.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놓는 것도 웰 다잉을 하는 방법이 아닐까 싶어, 남들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금했다.

 


▲은퇴 후, 노후 20년 동안 약 8만 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있다. 지금부터 여러 계획을 세워도 충분한 시간이니, 지레 겁먹을 필요가 없다.

 

그런데 의외로 다른 생각도 많았다.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과 식사하는 시간을 포함한 필수 생활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평균 11시간이나 된다고 한다. 60세에 은퇴를 한다고 볼 때, 이후 20년의 노후를 적용해 보면 하루 11시간씩, 총 8만 시간이라는 엄청난 시간이 있다는 거다.

 

금융회사에 다니던 백만기(69)씨는 50대부터 부부가 같은 취미활동을 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아내와 사물놀이를 배웠다고 한다. 이웃에 살던 지인이 음악을 함께 연주하자는 말에 콘트라베이스 레슨도 받았다. 이후 그와 함께 밴드를 결성해 지금까지 18여 년간 정기적으로 연주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가 하면 틈틈이 국립암센터에서 호스피스 교육을 받으며 큰 깨달음도 얻는다.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하루라도 더 살고픈 소박한 희망이었다. 가족과 함께 하고, 이웃을 도울 수 있는 그런 소박한 삶을 그토록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다. 그 길로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미술관과 도서관을 다니며, 평소 하고 싶었던 미술공부를 했다. 아울러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역 라디오 방송인 분당 FM에서 진행자로도 활약한다.

 

틈틈이 점자도서관을 찾아 시각장애인을 위한 도서낭독 봉사도 했다. 다양한 자원봉사에 참여하던 중 그는 우연히 영국의 ‘U3A’란 시니어대학을 알게 됐다. U3A는 ‘University of the 3rd Age’의 약자로, 은퇴를 한 시니어들의 대학을 말한다. 그곳에서는 자신이 지닌 지식을 다른 사람에게 가르쳐 주고, 자신은 또 다른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노인대학이다. 학비는 우리나라 돈으로 연 12만 원 정도로 저렴하다.

 

런던 U3A의 경우, 상근하는 교직원들이 4명뿐이다. 학생들이 내는 학비는 건물임대료를 내는 비용일 뿐 교직원을 비롯해 강의하는 교수들은 모두 자원 봉사자들이다. 1,600명의 학생이 등록돼 있는데, 140개에 달하는 강좌로 이뤄진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그는 평생 해야 할 일을 찾는다. 자원봉사를 하면서 알게 된 다양한 인맥을 통해 자원봉사자를 구하고, 기업에서 유휴공간을 제공받아 이 꿈을 실현한다. 그렇게 <아름다운 인생학교>를 세운다.

 

그렇게 교장이 된 백남기는 “20세기 대표적 사상가인 아이제이아 벌린(Isaiah Berlin)은 인간을 고슴도치형과 여우형 두 가지로 분류했습니다. 고슴도치형은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는 것처럼 한가지 일에 집중하는 삶이죠. 융통성은 모자라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여우형은 인생을 살면서 맞닥뜨리게 될 무수한 변화를 인정하고 다채로운 경험을 추구하는 삶입니다. 임기응변에 능하지만 깊이는 부족하죠” 라며, “인생 전반부처럼 시간이 많을 때는 여우와 같은 다양한 삶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인생 후반부는 고슴도치와 같이 한 분야에 몰입하는 삶을 사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한다.

 

쓸쓸한 가을이라 그런지, 부족한 것도 많고 깨달을 것도 많았던 삶. 여러분들의 도움을 받았는데 나는 무엇을 전해주고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된다. 글을 쓰는 동안 버킷 리스트 하나를 정했다. 고국 어머니 장례 후, 시간이 없어 오신 분들에게 감사인사도 못하고 토론토로 왔는데, 내년에는 그때 못했던 고마움을 꼭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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