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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홍성자의 캐나다의 이야기

    수필가 / 토론토
    한국 문인협회 회원
    국제펜 한국본부 회원
    다수의 수필집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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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딘’이라는 단어를 보면

아이오딘 (IODIZED)

 

‘아이오딘’이라는 단어를 보면 먼저 바다가 떠오른다. 색 때문인지, 이름 때문인지,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그저 오래전부터 인간이 바다를 통해 얻어온 영양소라는 사실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원자번호 53번. 요오드, 한국어로는 '옥소 ' 라고 불렀으나, 2005년 과학용어 표준화 과정에서 '아이오딘'으로 변경되었다. 몸이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외부에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이, 타지에서 살아가는 내 모습과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토론토에 와 처음 팀호튼에서 소금을 달라고 했던 날이 생각난다. 작은 종이봉지에 적힌 글씨—IODIZED SALT.

그 단어 하나가 이상하게 오래 머리에 남았다. 소금에 왜 아이오딘을 넣을까. 별생각 없이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날은 유독 그 이유가 궁금했다. 나는 커피에 소금을 아주 조금 넣어 먹는 습관이 있기에.

알고 보니 그 배경은 단순했다.

1920년대,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는 아이오딘이 부족했다. 갑상선종이 흔했고, 아이들의 성장도 더뎠다. 그래서 정부는 모든 사람이 쉽게 먹는 소금에 아이오딘을 더하기로 했다. 그 선택 하나가 수많은 사람의 건강을 바꿔놓았다. 바다소금 한 꼬집이 삶의 균형을 잡아준 셈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나니, 한국에서 자란 내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바다의 영양을 누려왔는지 새삼 느껴졌다.

한국에서의 식탁은 늘 해조류로 풍성했다. 김, 미역, 다시마, 파래, 톳 같은 것들이 특별할 것도 없는 먹거리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살아가면서도 나는 김을 굽고 미역을 불린다. 바다와 멀어진 곳에서 그런 음식을 먹고 있으면, 마음 한쪽이 조금 안정되는 느낌이 든다.

생각해보면 한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산후에 미역국을 먹었다. 이유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어른들은 늘 “몸에 좋다”고만 말했다. 그 말 안에는 꽤 많은 진실이 담겨 있었다.

임신 초기에는 엄마와 태아가 갑상선호르몬을 나누어 쓴다. 아이의 뇌 생성 시기이다. 그러니 아이오딘이 필요하고, 김과 미역국은 그 역할을 해냈다. 과학이 나중에서야 증명한 사실을 삶은 먼저 알고 있었다.

 

첫아이를 낳았을 때, 나는 곰피라는 해조류를 먹었다. 누군가 아이 뇌 발달에 좋다며 알려준 덕분이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건어물 가게에서 곰피를 구해 집으로 돌아오던 길을 아직도 기억한다. 먹는 것 하나라도 아이에게 더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 그 마음 자체가 부모라는 사실을 그때 처음 실감했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지 않을 때는 참기름, 소금, 깨소금을 넣어 비빈 밥을, 작게 자른 김에 싸서 뒤로 감추고, 아이들을 막 웃기다가 입에 쏙 넣어주고, 또 막 웃기다가 입에 쏙 넣어주기를 그 얼마였나! 김 덕이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여전히 따뜻한 기분이 든다. 아이에게 건넨 건 밥뿐만이 아니라, 내가 자라온 방식과 익숙한 맛, 작은 위로 같은 것들이 아스라이 스친다.

 

이민자의 삶은 익숙함과 낯섦 사이에서 계속 균형을 잡는 일이다.

바다가 보이지 않는 도시에서 살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바다에서 온 음식들을 먹으며 살아간다. 내 삶의 한 부분은 여전히 그쪽에 닿아 있다. 작은 소금 봉지 하나가 그 사실을 가끔 떠올리게 한다.

그래서 아이오딘 이야기를 하다 보면, 결국 바다 생각으로 돌아가게 된다. 내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떤 음식을 먹고 자랐는지, 무엇을 통해 지금의 내가 만들어졌는지. 그 모든 길 끝에 바다가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안도감을 준다.

 

나는 아이오딘이 고맙다.

그보다 더 오래된, 우리 조상들의 조용한 지혜가 참으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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