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1)
왜 필요한가

에르메스 버킨백과 공작새의 꼬리
우리는 왜 명품에 마음을 빼앗길까? 쇼윈도에 걸린 샤넬의 C 로고를 보면 가슴이 뛰고, 돈이 있어도 몇 년을 기다려야 준다는 에르메스의 버킨백 이야기에 귀가 솔깃해진다. "철없다"거나 "낭비"라는 말로 쉽게 치부하기엔, 명품을 향한 갈망은 너무나 보편적이고 뜨겁다.
사실 우리가 명품 매장 문을 열 때, 우리 뇌 속에서는 수만 년 전 원시 시대부터 내려온 인류의 생존 본능과 기묘한 문화 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1. 명품 가방은 현대판 '공작새의 꼬리'다 (자연선택의 비밀)
진화심리학에는 '핸디캡 원리'라는 재미있는 이론이 있다. 밀림의 숫공작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도망치기도 불편한 크고 화려한 꼬리를 가지고 있다. 생존에는 엄청난 '핸디캡(불리함)'이다. 하지만 암공작들은 그 꼬리에 열광한다. 이유가 뭘까? "나는 이런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꼬리를 달고도 사자에게 잡히지 않고 살아남을 만큼 튼튼하고 우월한 유전자를 가졌어!" 라는 강력한 신호이기 때문이다.
명품도 똑같다. 수천 달러짜리 가방을 사는 것은 경제적으로 분명한 낭비(핸디캡)이다. 하지만 인간의 무의식은 이 행동을 통해 주변에 아주 강력한 신호를 보낸다. 특히 여성들의 명품 소비는 경쟁자들에게 "나에게는 이 정도의 값비싼 자원을 아낌없이 제공해 줄 능력과 든든한 파트너가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과시하여 내 관계와 지위를 보호하려는 진화적 본능이 숨어 있다.
2. 내 뇌 속에 침투한 바이러스, '명품 밈(Meme)'
리처드 도킨스는 그의 명저 이기적 유전자에서 인간의 문화도 유전자처럼 복제되고 전파된다며 이를 '밈(Meme)'이라고 부른다.
샤넬의 맞물린 로고,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패턴은 인류 역사상 가장 성공적으로 우리 뇌에 안착한 '초강력 문화 바이러스(밈)'이다. 이 로고를 보는 순간, 우리 뇌는 자동으로 '고귀함, 부유함, 세련됨'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리도록 훈련되어 있다.
우리는 은연중에 사회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을 닮고 싶어 하는 '모방 본능'이 있다. "그녀가 가졌으니 나도 가져야 내가 초라해 보이지 않는다"는 마음, 이 동조 압력이 바로 명품이라는 문화 유전자가 대량으로 복제되는 메커니즘이다. 유행에 뒤처지면 무리에서 낙오될지 모른다는 원시적인 불안감이 명품 매장 앞으로 우리를 이끄는 것이다.
3. 상류층의 끝없는 탈출기, '구별 짓기'
명품의 세계는 만화영화 톰과 제리의 추격전과 같다. 사회학자 부르디외는 이를 '구별 짓기'라고 불렀다. 상류층이 자신들만의 귀한 브랜드를 찾아내면, 얼마 뒤 대중들이 이를 열심히 모방해 쫓아온다.
그러면 상류층은 "어라? 아무나 다 들고 다니네?" 하며 또다시 대중이 쉽게 따라올 수 없는, 더 희소하고 비싼 브랜드로 도망친다. 돈이 있어도 아무에게나 가방을 팔지 않고 매장 기여도를 따지는 에르메스의 도도한 비즈니스 모델은 바로 이 '남들과 다르고 싶어 하는 상류층의 구별 짓기 심리'를 완벽하게 간파한 결과다.
4. 본능을 이겨낸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타일'
인간은 본능(자연선택)과 유행(밈)에 흔들리는 약한 존재이지만, 때로는 지성과 주체성으로 이를 멋지게 극복하기도 한다.
수백, 수천만 원짜리 명품 로고를 온몸에 휘감는 사람은 결국 대기업이 만든 문화 밈(Meme)의 소비자일 뿐이다. 하지만 저렴한 옷 속에서 보석 같은 가치를 찾아내 자신만의 아름다움을 연출하는 사람은 스스로 문화 밈을 만드는 창조자다.
값비싼 신호(Costly Signaling)로 부를 증명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진짜 멋진 양복과 드레스는 지갑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깊이 있는 시선과 남을 돕는 따뜻한 마음, 그리고 나 자신을 온전히 사랑하는 자존감에서 우러나오는 법이다. 명품의 노예가 될 것인가, 내 삶의 디자이너가 될 것인가. 그 답은 이미 우리 마음속에 있다.
여성 독자들이 "맞아, 나도 명품 가방 살 때 그런 심리였어!" 하고 몰입하다가, 마지막"와, 정말 멋지다. 나도 저렇게 나이 들고 싶다" 하는 깊은 감동과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