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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한국을 드나들 때마다 공항 세관원들을 눈여겨보는 버릇이 있다. 그들과 정면으로 눈이 마주칠 때면 아무 잘못이 없는데도 공연히 겁이 난다. 조상대대로 시달려온 관존민비(官尊民卑) 사상의 DNA가 아직도 내 핏속에 섞여 흐르고 있어서 그런가. “저 세관원들은 얼굴 한번 쓱 훑어봐도 내 짐 속에 뭐가 들어있는지 훤하게 알겠지…” 하는 나의 반신반의의 궁금증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이 세관원들의 신통력을 알아볼 좋은 기회가 왔다. 매년 5, 6월이면 대구에 있는 D대학에 가던 김포공항 시절, 한 번은 대한항공 바로 내 옆자리에 앉은 승객이 자기는 김포공항, 김해공항, 인천, 마산, 부산세관 등을 다니며 세관원으로 30년 넘게 일하다가 불과 몇 달 전에 만기 퇴직을 했다는 게 아닌가. “오냐, 너 잘 만났다”


 대뜸 내가 평소에 궁금해하던 질문, 즉 “선생님은 사람을 쓱 한 번 훑어보면 그 사람 보따리 속에 숨겨 가지고 오는 금지품이 들어있는지 아닌지를 알 수 있습니까?”를 물어봤다. 대답은 곧바로 나왔다. “모르지요.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가끔 내가 ‘여권 좀 봅시다’ 하면 깜짝 깜짝 놀라고 안절부절 못하는 승객 몇몇을 빼고는 도저히 알 길이 없지요”


 세관원이 당면하는 이런 문제는 일반 사람들이 겪는 인상(人象) 형성이랄까, 사람 지각(知覺)과 깊은 관계가 있다. 남을 어떻게 보느냐 하는 것은 사회심리학의 오랜 관심거리의 하나. 재판정에서 증인 A를 처음 볼 때 우리 뇌(腦)에서는 무엇이 일어나는가? 우리의 뇌는 비밀히 A가 얼마나 믿을만한 사람인가(trustworthiness)를 거의 즉각적으로, 정확히 말하면 38밀리 세컨드 안에 판단해 버린다. 


 마치 우리가 영화를 볼 때 제일 먼저 찾는 것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역들이 ‘저 사람은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인 것처럼 ‘저 놈이 어느 정도 믿을 만한 사람인가’하는 것이 사람 지각 요소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의 심리학자 포터(Porter) 교수에 의하면 이렇게 지극히 짧은 순간에 형성된 A에 대한 인상은 일단 형성이 되면 좀처럼 바뀌지 않으며 심지어 법정에서 A가 유죄냐 무죄냐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한다. A의 표정을 잘못 판단하는 날에는 가정이나 직장에서 큰 실수, 이를테면 법정에서 배심원들이 억울한 누명을 쓴 혐의자를 구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놓쳐버릴 수도 있고 무고한 사람을 죄인으로 몰아넣을 수도 있는 큰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는 것이다.


 포터 교수에 의하면 극히 짧은 순간, 즉, 단 1초도 안 되는 시간에 뇌(腦)는 A의 얼굴을 보고 그가 믿음성이 높은 사람인지 아닌지를 다음 방법을 동원해서 판단한다고 한다.

첫째, 증인 A의 얼굴에 격렬한 사람들과 비슷한 점, 이를테면 얼굴에 풍기는 남성성 정도와 지배욕이 있는지를 판단한다. 남성성이 높은 사람은 얼굴이 넓고, 남성 호르몬이 많아서 어딘지 사나이다운 면이 많다. 이에 비해 얼굴이 어린 아이 같은 동안(童顔)은 지배적이지 않고, 어딘지 친절하고 신뢰감을 주는 인상이다.


 둘째, 얼굴에 분노의 흔적이 있는지를 본다. 우리의 뇌는 얼굴이 모나고 눈썹이 거세고 입술이 얇고, 어딘지 분개한 감정이 있어 보이는 사람에게는 분노가 많은 점수를, 균형이 잡힌 동안(童顔), 즐거워 보이거나 웃음기를 띤 사람들에게는 낮은 점수를 준다. 그리고 믿음성 평정을 낮게 받은 사람들에게는 유죄(guilty) 판결을 더 많이 내린다.


 사람들은 살인용의자로 잡힌 사람들이 “진짜 살인자 같이 보인다”고 수군거린다. 도대체 진짜 살인자는 어떻게 생겼다는 말인가? 진짜 바람둥이는? 그리고 진짜 바람둥이요 동시에 진짜 살인자는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교사나 재판관, 의사나 경찰관 같이 사람을 자주 대하는 사람들이 “나는 사람 한 번 척 보면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자기의 사람 보는 눈을 뽐내는 것을 가끔 본다. 그것은 흔히 자기의 편견을 말해주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대기업 삼성에서 십 수년간 몸담았던 사람이 화가 나서 삼성의 어둡고 수치스러운 경영방식을 마구 세상에 폭로하는 고위 간부, 20년이 넘는 세월을 한 회사에서 충실하게 일하던 경리 직원이 수백 억의 회사 돈을 빼내서 해외로 잠적, 이 모두 사람 보는 눈이 있는 사람이 없어서 생긴 일은 아니다.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은 만고(萬古)의 진리다. (201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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