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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sangmook
스코필드를 만나다(3)
leesangmook

(지난 호에 이어)
 붉은 피는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일본군이 경기 화성시 제암리교회를 불태우고 주민들을 학살한 건 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땅 속으로 스며든 피는 해마다 장독대의 봉선화를 붉게 물들였다. 한낱 화초만이 아니다. 100여 년이 지난 후 화성시에 세운 스코필드 동상과 토론토에 세운 소녀상의 혈관에도 그 피는 흐름을 멈추지 않았다.


 한인회관 정문 건너편에 캐나다 최초로 소녀상이 세워진 건 지난해 11월 18일. 제막식에서 문득 의문이 꽂힌 건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화성시가 왜 나섰냐는 거였다. 


 그날 화성시에서 온 사람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시장은 물론 조각가 부부, 그리고 수수한 동네 아주머니도 나타났는데 화성시평화의소녀상건립추진위원장이라는 거였다. 실세는 바로 그 아주머니였다. 그녀가 동네방네 돌아다니며 벌인 시민모금운동으로 8천만 원을 모아 동상제작이 가능했다는 거였다. 


 그렇다면 화성시 시민들의 혈관에는 우리와는 성분이 다른 피가 흐르고 있다는 얘기인가.


 제암리에서 학살이 벌어진 건 4월 15일. 3.1운동의 여진이 전국 방방곡곡을 흔들고 있을 때였다. 소식을 듣자 스코필드는 즉각 출동했다. 


 자전거와 카메라는 우선적으로 챙기는 무기. 꼭 교회가 불탔다고 해서 분노할 그가 아니었다. 어디 건 현장의 참상을 촬영해서 전 세계에 알리는 게 그의 다급한 소명이었다. 하지만 제암리는 한가하게 자전거로 갈 거리가 아니지 않는가. 


 오늘의 화성은 오산에서 서쪽으로 수평이동하면 해안을 끼고 있는 인구 65만의 큰 도시. 서울서 수원까지가 약 40 Km, 거기서 제암리까지가 또 20 Km, 이수(里數)로 150 리나 되는 만만찮은 거리다.


 제암리 사건은 만세나 부르고 힘없이 잡혀가는 비대칭 대결이 아니었다. 행동대 행동의 살육이 벌어진 대칭 대결이었다. 천여 명의 주민들이 장터에서 만세를 부르자 일본 경찰은 위협사격을 했고 주민들은 투석으로 맞서며 일본인 초등학교에 불을 질렀다. 사건일지를 샅샅이 옮길 순 없지만 일본군이 칼로 주민 세 명을 참살하자 주민 2천명이 파출소로 몰려가 일본인 경찰을 처단했다. 


 제암리는 천도교의 사상도 유입됐고 제암리 교회를 통해 문맹퇴치 교육도 이뤄졌다. 주민들의 의식화가 이미 이뤄졌다는 얘기다. 타지역에 비해 격렬한 항거가 일어난 연유였다. 그 유전인자가 1백 년이 지난 오늘에도 후손들의 혈관에 흐르고 있어 소녀상도 만들고 스코필드 동상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 아닐까.


 일본군 장교는 당일 15세 이상의 남자들을 교회 안에 몰아넣었다. 불을 지르고 빠져 나오는 사람은 사살했다. 남편을 찾으러 온 19세의 아내도 총살했다. 교회에서 23명이 죽고 마을은 불을 질러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4월 18일 아침 스코필드는 자전거를 끌고 기차에 올랐다. 수원역에는 일본군 헌병이 따라붙었다. 제암리 현장과는 반대방향으로 자전거를 달렸다. 머리를 굴린 것이다. 그렇게 따돌린 다음 현장에 도착했지만 일본군의 경계는 삼엄했다. 카메라를 양복 속에 숨겨 가까스로 찍은 현장 사진들은 제암리 학살사건을 외부세계에 알리는 유일한 증거가 됐다. 


 2001년 화성시는 교회가 있던 자리에 순국기념관을 건립했다. 작년 3월 1일에는 기념관 한쪽에 스코필드 동상을 세웠다. 상자 모양의 구식 카메라를 손에 들고 있는 그의 등 뒤에는 낡은 자전거도 놓여 있다.


 제막식에는 스코필드의 손녀와 증손녀도 캐나다에서 날아와 참석했다. 토론토와 화성시가 스코필드 동상들을 공유함으로써 두 도시가 자매결연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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