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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wlee
대전 블루스-20년 만에 찾은 고향
ywlee

 

▲추억 속의 대전역(왼쪽)과 현재의 대전역 

 

 


 대전역은 나의 청춘시절 추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고교 졸업 후 서울로 유학을 떠날 때도 이곳에서 출발했고 방학 때 집에 내려올 때도 이곳 출구로 나왔다. 내가 군에 입대하던 날,  어머니는 역 플랫폼에 서서 하염없이 손을 흔드시며 멀어져가는 열차를 바라보고 계셨다. 


 대전역의 상징처럼 돼있는 가락국수. 열차에 오르기 전 간이식당에서 뚝딱 한그릇을 해치웠던 따끈한 가락국수의 맛을 어찌 잊을 수 있을까. 지금도 꿈속에선 가끔 대전역의 아련한 장면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학창시절, 대전역과 목척교 주변에서 친구와 함께 몰래 출입하던 영화관과 빵집, 순대국집 등은 지금쯤 어떻게 변했을까.

         
 좀처럼 잊지 못할 대전역을 거의 20여년 만에 찾았다. 이산가족 상봉하듯 너무도 가슴이 뛰었다.  내 생애 가장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 중 하나인 그곳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하지만, 형님 차에서 내려 바라보는 역 광장의 모습은 꽤나 낯설었다. 여기가 대전역 맞나? 저 높은 빌딩은 대체 무언가? 대형 꽃시계는 언제부터 있었나? 오고 가는 저 수많은 사람들 중에 나를 알아보는 사람은 없을까. 왜 이렇게 모두가 모르는 사람들 뿐인가. 이곳이 내가 태어나고 자란 나의 고향 맞나?    


 나는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며 역 주변을 돌아보고 싶었으나 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짧은 모국여행 일정에 쫓기는 가족들은 빨리 가자며 재촉이다. 대전역은 우리가 머물 목적지가 아닌, 다음 여행지(부산)로 가기 위한 경유지에 불과했던 것이다. 초현대식으로 지은 역 대합실에 앉아 KTX를 기다리며 한숨 돌리자니 아쉬움만 남았다. 어떻게 온 대전인데 이렇게 짧게 스쳐가야만 하나…


 부산행 KTX에 황급히 올라 좌석에 앉으니 때마침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흐르기 시작했다. 누렇게 변한 가을 들녘엔 찬비가 내리고 내 가슴에는 왠지 모를 눈물이 흘러내렸다. 20여년 만에 만난 상처(喪妻)한 형님의 하얀머리는 덧없는 세월의 간극(間隙)인냥 안타깝기만 했고, 내 고향인데도 나를 반겨줄 사람은 피붙이 외에는 없다는 현실에 갑자기 이방인처럼 느껴졌다. 


 미동도 없이 총알처럼 내달리는 열차의 창가에 멀거니 앉아 형님과 함께 찍은 사진들을 들여다 보노라니 나의 눈가는 촉촉히 적셔졌다. 아, 이제 가면 언제나 다시 올까. 꿈에도 잊지 못할 내 고향 산하… 


 "잘 있거라 나는 간다, 이별의 말도 없이/ 떠나가는 새벽열차 대전발 0시 50분/ 세상은 잠이 들어 고요한 이 밤, 나만이 소리치며 울 줄이야/ 아~ 아~ 붙잡아도 뿌리치는 목포행 완행열차~”  


0…내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2년 가을, 7년 전 꼭 이맘때였다. 그때는 공무(公務)차 혼자서 갔고 고향 대전은 가지도 못했었다. 이번 모국 여행은 이민 후 처음으로 가족들과 함께 간 것이었다. 특히 한국에 대해 잘 모르는 홍콩 출신 사위를 위해 이번 모국 방문을 계획했다. 그래서 열흘이라는 짧은 일정에 최대한 많은 고국의 모습을 두 딸과 사위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TV 화면에서 보던대로 고국은 무한히 발전하고 있었다. 사느니 죽느니 해도 명동 거리는 여전히 활기가 넘쳐 흘렀고 사람들은 신나게 웃고 먹고 마시고 흥청댔다. 광화문 네거리와 강남대로를 스쳐가는 사람들의 해맑은 얼굴엔 미소가 흐르고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빌딩 숲과 휘황찬란한 전광판들은 불황이니 침체니 하는 말들을 조롱하는 듯했다. 


 서울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 도시들도 활발하게 뻗어나가고 있었다. 우리 가족들이 살다 온 인천은 바다를 메워 만든 송도국제도시의 위용이 가히 압권이었다. 5년여 전 사업초기 당시 분양이 안돼 골머리를 앓았던 재미동포타운(아메리칸타운)이 지금은 인기가 치솟아 웃돈을 붙여도 사기가 어렵단다. 캐나다와 미국 동포들을 위해 만든 이 아파트를 그때 장만해 놓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청년시절 나에게 친숙했던 충남 조치원, 연기, 공주, 충북 청주 등 일대를 통합해 건설한 세종시는 천지개벽(天地開闢)이라는 표현 외엔 달리 할 말이 없다. 웬만한 중앙정부 청사는 모두 이곳에 결집돼있고 반듯반듯하게 계획된 도시는 살기에 매우 쾌적해보였다.      

      
0…짧은 일정이었지만 다리를 혹사해가며 촌음(寸陰)을 아껴 쓴 덕분에 고국의 많은 것을 볼 수 있었다. 특히 홍콩 출신인 사위에게 한국의 눈부신 발전상을 보여줄 수 있어 뿌듯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나는 오나 가나 이방인 신세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오랜만에 옛친구 좀 만나보려 시도했으나 ‘도저히 피치 못할 골프약속’이 있다며 주저했다. 그래, 외국서 온 친구보다 골프가 더 중요하단 말이냐. 이래서 자주 안보면 마음도 멀어진다(out of sight, out of mind)는 말은 진리인가 한다.      


 무슨 영화(榮華)를 보겠다고 고국을 버리듯 먼 해외로 떠난 못난 막내를 위해 여전히 지극정성을 베풀어주는 형제자매의 마음씀에 눈물이 날 정도로 고마웠다.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역시 피붙이 사랑이 아닌가 한다. 꿈결에나  만나는 그리운 얼굴들과 고국의 산천, 이젠 언제 또 가볼지…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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