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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월요일 킹스턴 광덕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모텔이 결정되었으니 주말에 올라오라고. 초봄부터 친구들끼리 킹스턴에가서 1박2일로 놀다 오기로 했는데 메뚜기도 한철이라고 모텔들이 오래 있을 사람을 선호하고 단 하루는 빌려주지 않는단다. 그런데 오기로 했던 손님이 취소하는 바람에 우리에게 차례가 온 것이다. 원래는 부부동반이었는데 우리 집사람이 아폴로 건사 때문에 아무데도 가지 않으려고 해 그만 남자들만 가기로 했다.

 

 

 


 신청자 모집 공고를 카톡에 올렸더니 한 시간 만에 6명이 다 모집됐다. 소주를 열병 기증한다는 친구와 맥주를 한 박스 기증한다는 친구가 있어, 술은 그것으로 충분하니까 더 이상 구입하지 말자고 했더니 어디선가 구시렁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나이 들어가고 당뇨들도 있고 하니 좀 덜 마셔야지. 


 올해는 골프가 늦었다. 4, 5월에는 춥기도 했고 또한 비가 많이 내려 두어 번 쳤을까 한다. 가끔 아는 후배 중에 골프를 무척 좋아하고 또한 모임 주선을 하는 L 이 불러줘 두어 번 쳤다. 자주 치지 못하기도 했지만 지지난 겨울까지는 실내 연습장에라도 가서 몸도 풀고 샷 감각을 지녔었는데 지난겨울엔 뭐가 바쁜지 실내 연습장마저 가지 않았더니 마치 초보자가 새로 배우며 치는 듯 헤맸다.


 내 샷 중에 가장 자신있는 샷이 티샷이었는데 첫 몇 게임은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면서 비거리가 겨우 200 야드도 못나가는 것이었다. 샷이 하도 안 맞으니 돈을 내고 이게 뭐하는 일인지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여기서 그만둘 수는 없지.


 그래서 2주 전 골프채를 메고 시영 돈벨리 골프장으로 나갔다. 모르는 다른 사람들과 합류해서 드라이버를 휘둘렀더니 첫 번째 홀에서 그린 바로 밑에까지 날아갔다. 혹시나 했는데 두 번째 홀에서도 티샷이 150 마커 바로 앞에 나가 있다. 같이 치는 사람들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다. 그 다음 주에도 돈벨리에 나가 다시 쳤더니 샷 감각이 돌아왔고, 점수도 그런대로 잘 나와 80대 초반을 쳤다. 이제 킹스턴에 갈 준비가 끝났다.


 토요일 9시 친구들이 모두 우리 집 주차장에 모여 승용이 차를 타고 킹스턴으로 출발하는데 전날부터 혹시 비가 올까, 천둥 번개가 칠까 걱정들 하기에 비가 오지 않을 것이니 아무 걱정 말라고 했다. 진짜 일년만에 짧기는 하지만 친구들과 여행을 떠나니 기분이 좋았다. Loyalist 골프장에 도착했더니 티박스에서 종덕이가 연습을 하고 있는데 엉거주춤한 저 폼, 마치 내 폼을 보는 듯하다. 


 골프를 치는 내내 쇠파리 한마리가 따라 다니면서 겁을 주는데 여간 신경이 거스르는 게 아니다. 17번홀 퍼딩을 하고 왼손의 감각이 이상해 살펴보니 손등이 퉁퉁 부어있다. 쇠파리가 앉는 것도 보지 못했고, 무는 감각도 없었는데 언제 그랬지? 이것들도 미사일 개발해서 쏘는 것 아니야? 


 골프를 끝내고 2년 전에 묶었던 모텔로 돌아오니 뒤쪽 호수의 물이 지난번 보다 많이 불어있다. 저 큰 호수에 물이 이렇게 불었으면 엄청난 비가 쏟아진 거다.


 고기를 굽고 광덕이가 가져온 부대찌개로 저녁을 먹고 일찍 자려는데 왼손을 아래로 내리면 피가 그리 몰리는지 통증이 왔고, 배위에 올리고 잠을 자자니 가뜩이나 배 자체의 살로도 불편한데 퉁퉁 부은 손까지 무게를 더하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자다 시끄러워 일어나 보니 거실에서 지난 40년간 벌어진 일을 이야기하며 낄낄거리고들 있다. 아, 저들은 언제나 철이 들까. 환갑이 넘은 영감들이 낄낄대고 있으니.


 아침에 종덕이가 가져온 시금치 황태해장국을 바람부는 모텔 뒷마당에서 넘실대는 파도를 보며 맛있게 먹고, Imverary 골프장으로 향했다. 종덕이 말로는 광덕이가 딜을 잘해서 $35에 카트와 바베큐 런치가 포함됐단다. 화장실에 붙어있는 광고물을 보니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Father’s Day Special $35 include 18 Hole Play, Pawer Cart, BBQ Lunch. 그날 점심때 먹은 햄버거 환상이었다. 


 종덕아, 광덕아 그리고 같이 한 친구들 고맙다. 그리고 우리 올해 한번 더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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